'어떻게 3조나 차이 나나'…빗나간 증권사 실적전망, 왜

이슬기 기자I 2019.01.10 05:30:00

삼성전자·LG전자 4분기 실적, 증권가 전망 20~70%↓
증권사, 이전실적·출하량·뉴스 등 고려해 전망치 제시
"급락·급등 관계없이 추세 변곡점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워"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어떻게 3조원 씩이나 차이가 나나”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가는 충격에 빠졌다. 영업이익이 전망치였던 13조4000억원보다 무려 19.4% 부족한 10조8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망 최고치 15조7830억원과는 무려 5조원 가까이 차이가 났고 최저치인 11조8310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 빗나간 것이다. 오후 LG전자 실적 발표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753억원으로 증권사가 제시한 전망치 평균 3981억원을 무려 81%나 하회했다.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예측이 어닝시즌 초입부터 크게 빗나가면서 도대체 증권사가 어떤 식으로 실적을 추정하길래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실적전망치를 산출하는 방법은 애널리스트마다 다르지만, 증권가에선 각 종목의 업황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것을 공통적 이유로 들었다. 추세가 꺾이는 국면에선 실적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단 얘기다.

◇출하량·환율 뿐 아니라 업계 목소리까지 반영해 실적 전망

어닝시즌 시작부터 주력종목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빗나가자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아 ‘업황이 생각보다도 안좋았다’고 토로했다. 업황이 안좋으리란 시장의 신호는 포착했지만, 둔화 폭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의 경우 전분기 실적 발표 때 회사가 주는 가이던스를 토대로 다음 분기 매출을 전망한다. 회사 측이 전망한 DRAM과 NAND의 출하량을 토대로 애널리스트가 예상한 가격변동률을 적용해 매출을 계산하는 식이다. 여기에 미세공정 전환율 등을 따져 원가절감 수준을 대입해 이익률을 추정한다. 환율 영향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요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때론 국내외 반도체 유통업체들과 접촉해 업황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반도체 수요가 안좋다고 판단되면 출하증가율을 고쳐 실적전망치를 다시 조정한다. 이 때 스마트폰 출하량을 매월 밝히는 중국의 업체 등의 수치가 참고가 된다. 애플의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줄었다는 식의 업계 뉴스 역시 고려해 실적을 전망한다. 애널리스트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회사의 가이던스를 토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각종 뉴스를 참고해 실적을 추정하는 것은 비슷하다.

◇호황이 이렇게 급격히 꺾일 줄은…애널리스트-업계 커넥션도 약해져

증권가에선 이번엔 상승추세를 이어가던 기업 실적이 꺾이는 국면이어서 실적전망이 어긋났다고 토로했다. 추정행위라는 것 자체가 과거의 추세에 근거해서 가감하는 것인데, 특히 반도체같은 경우엔 3분기까지 ‘슈퍼 호황’을 겪었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이 더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IT 섹터 연구원은 “업계를 통해 반도체 출하량이 생각보다 안좋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정도 폭으로 업황이 급격하게 안좋아질 줄은 몰랐다”며 “업황이 꺾일 것 같은 움직임이 포착돼서 줄곧 실적 추정치를 낮췄음에도 실제 실적이 이를 한참 밑돌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발표 전날까지 전망치 하향조정이 이뤄졌지만 실제치에 근접하지는 못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시차를 두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이슈까지 겹쳐있어 정확한 분석이 더 어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IT섹터 연구원은 “이번 분기는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거시경제 이슈가 업황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는데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보는 기업분석팀에선 시그널 포착이 늦을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과거에 비해 애널리스트와 업계 현장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 ENM 사태 등을 시작으로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제가 강화돼 과거보다 애널리스트와 기업 담당자간 유대관계가 약해져서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정말 확신이 있지 않는 이상 과거 추세에 맞춰 예상을 하다보니 오차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3년 CJ ENM(035760) 소속 기업홍보팀은 3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특정 애널리스트에게 정보를 미리 제공했고,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해 관련 주식을 먼저 매도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애널리스트 및 CJ ENM직원 등은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리서치센터의 전망치가 계속해서 빗나가자 일각에선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비난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도 리서치만 전문으로하는 핀테크 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해서 리서치 질을 올리지 않았냐”며 “우리나라도 리서치 보고서를 유료화 해서 질을 높이면 보다 분석력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카드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