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은 고인이 ‘소박한 장례’ 뜻을 남김에 따라 300여석 규모의 강당에서 유족과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문객 2000여명은 복도에 설치된 중계 영상을 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에서는 김 전 회장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을 30여분간 상영했다. 이 영상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통해 대우 그룹의 발전상과 업적을 소개하고, 김 전 회장의 가치관인 ‘세계 경영’을 재조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대우의 사훈인 ‘창조’, ‘도전’, ‘희생’ 이 세 가지에는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세계로 나갔고, 시도해보지 못한 해외 진출을 우리가 처음으로 해냈습니다”라는 김 전 회장의 육성이 나오자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대우 마지막 사장이었던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조사(弔詞)를,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회장님은 35만의 대우 가족과 전 국민이 기억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기에 충분했고, 회장님의 성취가 국민적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며 “위기를 맞은 뒤에도 명예회복 대신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데 여생을 바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길을 찾고자 하셨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손 전 상근부회장은 “회장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자 젊은이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며 “한국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찬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장례절차에 따라 천주교식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마지막으론 유족을 대표해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이 추모사를 했다. 김 부회장은 “항상 바쁘시고 자주 옆에 계시진 않았지만 늘 자랑스러운 아버지셨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에는 김 전 회장의 손자가 영정을 들고 대기 중인 운구 차량으로 이동했다.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등이 차례로 영정 뒤를 따랐다. 고인은 이날 낮 12시30분께 아주대병원에서 남서쪽으로 90km 정도 떨어진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 선영에 안장됐다. 인근에는 1982년 조성된 어머니 산소가 있다. 천주교식으로 진행된 안장식에는 유족,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 마을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빈소에는 각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부터 정·재계 주요 인사, 문화·체육인, 김 전 회장이 생전에 주력한 해외 청년사업가 육성 사업(GYBM)에 참여한 청년들까지 8000여명이 다녀갔다고 김 전 회장 측은 전했다. 다만 대우그룹 해체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이헌재 전 부총리 등 과거 정부 경제관료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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