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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저 '메이드 인 USA'…한국 기업에 또 불똥 튀나

김정남 기자I 2022.09.13 14:24:56

미, 바이오 분야까지 자국 생산 시동
전기차·반도체 이어 정책 지원 돌입
"미, 바이오 해외 생산에 너무 의존"
한국 전기차 이어 바이오 불똥 튈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오 분야의 ‘메이드 인 USA’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기차와 반도체에 이어 제약, 바이오 같은 생명공학 분야까지 미국 내 제조·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바이오 업체들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는 한국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든,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서명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생명공학 분야의 미국 내 제조를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오는 14일 관련 회의를 열고 행정명령을 구체화할 구체적인 신규 투자를 공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글로벌 산업은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혁명의 전환점”이라며 “미국의 탄탄한 연구 기업들을 감안할 때 바이오 경제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해외의 바이오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며 “생명공학 같은 주요 산업의 과거 오프쇼어링(생산시설 해외 이전)은 중요한 화학·제약 성분 같은 재료에 대한 접근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또 “해외의 취약한 공급망을 고임금 일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미국 전역의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바이오 제조업 발전을 이끌 것”이라며 “식품, 의약품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생물학의 잠재력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기차, 반도체 등의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생명공학 분야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으로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백악관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4개 산업을 꼽았다. 백악관은 이날 행정명령을 두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가 노골적으로 깔려있다는 해석이 많다. 블룸버그는 “이번 이니셔티브는 미국의 바이오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 시설에 대한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 국제공항에서 연설을 통해 최근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IRA 투자는 일자리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전기차 이어 바이오까지 불똥 튀나

문제는 이런 강경한 미국의 움직임이 한국에 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IRA 처리 이후 전기차 보조금 차별로 미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만큼 바이오까지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여러 미국 기업들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서 원액부터 제조하고 있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다른 나라에 위탁하지 말고 미국 안에서 생산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을 행정명령을 통해 구체화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타격받을 수 있다.

미국 의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물자는 무엇이든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며 “미국 산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원 로비가 늘고 있어 어떤 식으로 정책이 구체화할지 막판까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에 맞서 미국 제조업을 키우려는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은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예상이다.

다만 바이오·제약 분야의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지원 방식과 해외 생산에 관한 규제 등을 두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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