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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th SRE][Issue]갈길 먼 롯데그룹…실적 악화 `어찌할꼬`

김재은 기자I 2018.11.17 08:25:00

지배구조 개편 `바쁘다 바빠`…신용도 변동 가능성 `1위`
유통 등 핵심 경쟁력 `저하`…금융계열사 매각 `숙제`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28회 SRE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함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추진중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그룹 지배구조에 가장 큰 리스크인 오너십 리스크 외에 ‘김상조 리스크’가 더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주요 그룹중에 크레딧 변동 가능성이 가장 큰 그룹으로 롯데가 꼽혔다. 삼성, 현대차그룹이 상당히 큰 격차로 뒤를 이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단위:조원, %)
갈 길 먼 롯데그룹…지주사 체제 전환

롯데그룹은 28회 SRE에서 80표(44.7%)를 얻어 주요그룹중 지배구조 개편으로 신용도 변동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그룹이 40표(22.3%)로 2위였고, 현대차(005380)그룹32표(17.9% ), 한화(000880)그룹 13표(7.3%), SK(034730)그룹 10표(5.6%) 순이었다.

이는 롯데그룹이 현재 지배구조 개편 과정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개편을 시도하다 무산됐고, 삼성그룹 역시 당장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중이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004990)를 설립(4개 계열사 투자회사·사업회사 분할 후 투자사 합병)해 롯데쇼핑(023530)·롯데칠성(005300)음료·롯데푸드·롯데제과 4개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1심 판결을 받고 구속 수감돼 있던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신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사흘만인 10월 10일 롯데케미칼(011170) 자회사 편입, 롯데건설 손자회사 편입 등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통, 음식료 등 유통계열사에서 탈피해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 이익 기반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 자사주 10%를 소각(감자)해 신동빈 회장일가의 지주 지배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자사주 소각시 신 회장 일가 지분율은 38.3%(4465만3843주)에서 42.6%로 4.3%포인트 높아진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주식 410만1467주, 386만3734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각각 취득했다. 양수금액은 2조2274억원으로 지분율은 23.24%다. 공정거래법상 상장계열사 지분 20%이상 요건을 충족한다.

롯데지주는 보유중이던 롯데건설 지분 8.58%를 롯데케미칼에 매각, 롯데건설을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존 롯데건설 대주주는 호텔롯데(43.07%)였지만 롯데케미칼이 43.79%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영향이다.

이번 거래에 대해 신평사들은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2조원 이상 단기차입금이 확대된 것은 지주의 재무적 부담 요인으로 판단했다.

송민준 한신평 실장은 “유통 및 식음료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학으로 확대돼 사업위험 분산효과도 한층 제고될 전망”이라면서도 “롯데케미칼 인수자금 대부분을 금융기관에서 빌리면서 롯데지주 자체 재무안정성 지표는 크게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시점의 재무지표는 지주사로서 구조적 후순위성을 완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카드·캐피탈 매각은 숙제…호텔롯데 IPO ‘관심’

롯데그룹은 일단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금지) 규정에 따라 롯데지주 내 금융계열사(롯데캐피탈·롯데카드) 지분을 2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1일 지주사로 전환한 만큼 매각기한은 내년 10월 1일까지다.

이와함께 지주는 상장 계열사 지분 20%, 비상장계열사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크레딧 업계는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등을 그룹 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롯데카드·캐피탈이 그룹사업과 직·간접적인 시너지 창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 지분을 살 수 있는 계열사로는 일본롯데가 대주주인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등이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 상거래 이커머스에 투자를 많이 하려고 해 카드가 관련도 높은 중요한 회사”라며 “계열 외 매각보다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등으로 보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롯데카드는 이미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을 전제로 유통가격이 형성돼 있는 등 계열 외 매각에 무게가 실린다는 견해도 있다.

신평사들은 롯데카드(AA+ 부정적)의 경우 향후 대주주 지원가능성에 따라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롯데지주 하에서 롯데쇼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지원 가능성이 낮아져 카드도 등급 하향 압박에 노출된다. 호텔롯데(AA)나 롯데물산(A1·장기등급 없음)으로 편입되면, 롯데카드의 등급 하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주주의 지원가능성 약화 때문이다.

호텔롯데 IPO도 재추진된다. 당초 신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1심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지배권 강화’가 뇌물공여 주요 목적으로 적시되며 호텔롯데 IPO는 요원할 것으로 보였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면세사업 우려 등으로 호텔롯데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이지만, 신 회장이 일본계 지지를 받은 만큼 속도감있는 IPO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중이나 크레딧 업계는 따이공 규제 등 면세사업 환경이 녹록치 않아 실제 IPO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룹 실적 우하향 추세…유통 어찌할꼬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중이지만, 그룹 실적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의 호실적이 버팀목이 될 뿐 실적 정체 등으로 내수업종의 신용도 하방압력은 커지고 있다.

소매유통업, 음식료업, 호텔/레저업의 경우 기존 사업 실적이 정체된 가운데 신규 투자 효과가 지연되며 재무안정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7년기준 석유화학을 제외한 그룹 매출은 53조9774억원으로 전년대비 0.1% 줄었고, EBIT은 15.6%나 감소한 1조2481억원에 그쳤다. 상각전 영업이익인 EBITDA는 3조2605억원으로 3.6% 줄어들었다. 2015년 50%를 차지했던 내수업종 이익기여도는 2017년 33%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한 SRE 자문위원은 “롯데쇼핑,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중 대형마트도 좋지 않고, 면세사업도 부진해 일년내내 우환이 가시지 않는 것 같다”며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지출도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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