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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까지 거리는?…法 "100m까지 허용" Vs 警 "1km가 마지노선"

성세희 기자I 2016.12.06 06:30:00

비폭력·평화시위에 법원 청와대 100m 앞까지 길 열어
이철성 경찰청장 "경찰은 경찰 입장 있어 1km가 마지노선"
"경찰권 남용한 측면 있어..법원 근접 집회 허용할 것"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서 거대한 파도를 연출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승현 성세희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한 수백만 시민은 6주간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행진을 벌였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행진대열은 집회를 거듭할수록 청와대에 다가갔다.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법원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거리에서 집회를 허용했다. 청와대 100m 이내는 법으로 집회와 시위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의 잇따른 전향적 결정에도 청와대와 1km 떨어진 율곡로를 마지노선으로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안전사고 위험 가능성과 청와대 근접 집회가 법원이 정한 시간을 넘기는 불법집회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비폭력’과 ‘준법’ 여부다. 지금처럼 청와대 근접 행진과 집회가 평화적으로,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면 법원은 물론 경찰이 이를 계속 제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비폭력·평화시위에 길 터준 법원

지난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는 시민 3만여명(경찰 추산 1만 2000여 명)이 모여 처음 촛불집회를 열었다. 당시 청와대로 진출하던 참가자들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경찰에 막혔다. 청계광장은 청와대에서 약 1.8㎞, 세종대왕 동상은 1.3km 떨어져 있다.

11월 5일 열린 2차 집회 때도 20여만명(경찰 측 추산 4만 3000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월 12일부터다.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청와대에서 1Km 떨어진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금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는 “집회시위법의 제한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조건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련의 집회들이 평화롭게 진행됐고 주최 측의 평화집회 약속과 충분한 질서유지인 확보,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 평화적 진행을 능히 예상할 수 있다”며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이후로는 파죽지세였다. 신고마다 경찰은 기계적으로 금지통보했지만 법원이 길을 열었다. 11월 19일에는 청와대와 500m 떨어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까지 진출했고, 첫 집회 이후 한 달만인 11월 26일 5차 집회 때는 청와대와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전진했다.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퇴진 행동 측은 효자동 삼거리를 지나는 행진과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를 신고했다. 법원은 청와대 100m 이내인 효자삼거리 행진은 제한했으나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는 낮시간(오후 1시~5시 30분) 한해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이번 촛불집회도 참가인원이나 행진 경로, 집회 시간 등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 가처분을 맡은 재판부도 모두 다른 상황에서 우리가 일괄적으로 같은 결정을 내리라고 방침을 정할 수도 없다. 완벽하게 동일한 집회가 없다보니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예측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警 “청와대 1km가 마지노선”

경찰은 여전히 청와대에서 약 1㎞ 떨어진 율곡로와 사직로가 경찰이 허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더 크다고 해석했는데 그건 법원의 입장이고 우리는 경찰의 입장이 있다”며 “집회 시간을 지키지 않는 등 통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지 사유는 동일하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와 교통 혼잡, 인근 주민 불편 등이다.

청와대 근접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데는 남들에게 말 못할 속사정도 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와대 인근 집회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직접 통제한다”며 “경찰로서는 청와대 지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이 적극적으로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허용하는데도 경찰 등 행정당국이 이를 차단해서는 안되는 목소리가 높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항의 대상이 들리고 보이는 곳에서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세계 인권 대원칙이 있다”라며 “경찰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기계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그동안 집시법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서 경찰권을 남용한 측면이 있다”라며 “법원은 상황이 특별히 바뀌지 않는 한 평화 집회를 막을 뚜렷한 명분이나 근거가 없는 만큼 청와대 인근 집회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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