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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말말말]“원래 내자리” 김종인, 이해찬 만나 뼈있는 농담

이정현 기자I 2020.06.06 06:00:00

4년 만에 자리 바꿔 만난 두 사람
13대 총선 맞대결로 시작해 20대 총선서는 ‘컷오프’
32년간 이어진 질긴 인연… 오는 8월까지

1988년 4월 열린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관악을 유세장에서 보였던 이해찬 대표(맨 오른쪽.당시 평화민주당)와 김종인 위원장(맨 왼쪽.당시 민주정의당)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3일 오전 국회에서 이뤄진 이 대표와 김 위원장과의 공개 만남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원래 내가 앉아 있던 자리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지난 3일 여야 대표로 만난 자리에서 “4년 전엔 내가 이 자리에 앉았는데”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7선에 가장 관록이 많은 분인 만큼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는 임기가 곧 끝난다”면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원숙하신 분이라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5분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이 대표는 “3차 추경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내용을 보고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며 여야의 대표 자격으로 이루어진 회동이었으나 회의장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 사이에 32년간 이어진 악연 탓이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후보로 처음 만났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3선을 노렸으나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이 선거를 통해 이 대표는 원내에 진입했고 김 위원장은 이후 지역구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 20대 총선에서 이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서 친노 좌장인 이 대표를 컷오프했다. 당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아 정계에서는 “사적인 감정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해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대표는 복당했으며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직을 던지고 탈당했다.

끊어질 듯했던 두 사람의 인연은 4·15총선에서 다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돌아와 민주당을 이끄는 이 대표와 대결했다. 결과는 177석 대 103석으로 이 대표의 완승으로 끝났다.

수십 년을 이어온 두 사람의 악연은 오는 8월까지 이어진다. 이 대표는 8월 당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김 위원장은 내년 4월로 예정된 보궐선거까지 통합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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