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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꺾이고 있나, 오르고 있나…엇갈리는 지표들[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2.12.27 06:05:00

소비자 물가상승률 7월 6.3% 찍고 11월 5.0%로 둔화
근원물가 상승률은 12개월 연속 상승 추세
일부 기조적 물가 꺾이면서 근원물가 하락 기대
전기·가스 요금 폭등·불확실한 유가 전망이 복병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째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근원물가는 공급 충격이 적고 주로 수요에 영향을 받는 품목만 따로 모은 것이라 물가 상승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근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가중중위수·조정평균 물가 등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여타 지표들은 상승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엇갈린 물가 지표 속에 내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과 불확실한 유가 전망은 물가 흐름을 좌우할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소비자 물가 꺾이는데 근원물가는 상승 확산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7월 전년동월비 6.3%를 찍고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유류, 농축산물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이에 생활물가 상승률도 7월 7.9%에서 11월 5.5%로 낮아졌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 생산자물가도 고점을 찍고 둔화세가 뚜렷하다.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은 5월 36.5%를 찍은 후 빠르게 하락, 11월 14.2%로 둔화됐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월 10%에서 11월 6.3%로 5개월째 둔화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휘발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을 떨어뜨렸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6월께 배럴당 120달러에 가까웠으나 최근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작황 개선으로 배추, 무 등 농산물 뿐 아니라 사육두수 증가로 돼지고기 가격 등 축산물이 하락하고 있다.

출처: 통계청, 한국은행
그러나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작년 12월 2.2% 상승한 후 1년째 보합 또는 상승폭을 키워 11월 4.3%까지 올라섰다.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이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1월엔 5.1%까지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물가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공공서비스, 전기·가스·수도, 휴대전화료 등 2020년 기준 46개 품목으로 구성된다.

근원물가 구성품목 중 5% 이상 물가가 오른 품목은 11월 138개로 전체의 40%를 넘어 물가가 고점을 찍었던 7월(127개)보다 더 늘어났다. 근원물가만 보면 물가가 꺾이고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기조적 물가지표 중 조정평균 물가(개별 품목 상승률 분포상의 하단 13%, 상단 12% 제외), 가중중위수 물가(가중치를 감안한 개별 품목 상승률 분포의 중위수)는 둔화하고 있다. 조정평균 물가는 7월 4.7%를 찍은 후 11월 4.3%로 둔화됐고 가중중위수 물가는 9월 4.3%까지 오른 후 11월 3.5%로 낮아졌다. 한은은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자료를 통해 “조정평균물가 및 가중중위수물가 상승률이 최근 둔화된 점에 비춰볼 때 근원물가 상승률도 조만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비스 물가인 외식 물가는 9월 9%까지 올랐으나 11월 8.6%로 두 달 연속 둔화됐다.

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 모두 하락세다. 일반인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 4.7%에서 12월 3.8%로 다섯 달째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 1년 및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8월 3.7%, 2.0%에서 12월 3.1%, 1.9%로 내려왔다.

전기·가스요금 급등에 유가는 ‘하반기 반등’ 가능성

물가상승 둔화 흐름이 완연하게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물가를 끌어올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전기·가스요금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51.6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인상분(19.3원)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가지수 내 품목성질별 전기·가스·수도를 기준으로 함(출처: 통계청)
물가지수 내 전기·가스·수도는 올 들어 11월 누적으로 23.1%나 급등했다. 2010년 통계지표 분리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기·가스·수도는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3.4%이지만 관리물가 지수에선 17.3%(공공서비스 가중치는 64%)에 달한다. 가중치가 낮더라도 상승폭이 클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20일 물가설명회에서 “내년 전기요금 인상이 올해 인상분만큼만 오른다고 가정해 11월 물가상승률 전망치(3.6%)를 계산했는데 전기요금이 더 오른다고 하면 물가상승률 상향 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전기요금에 한한 것이고 유가가 11월 전망 당시보다 더 떨어져 두 요인이 상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가스 요금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게 뻔한 만큼 금통위에선 이를 제외한 물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전기·가스요금을 제외한 물가상승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물가나 관리물가를 제외한 물가지표가 전달하는 의미가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도 복병이다. 유가가 하반기 들어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제로 코로나 해제 등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내년 경기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유가는 상방 압력이 우세하다”며 “상반기에는 경기둔화, 중국 코로나 상황으로 ‘저유가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 저점 확인과 공급 부족으로 인해 ‘고유가 전망’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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