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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역정에도…카카오·에스엠 눈높이 올린 증권가

김보겸 기자I 2023.02.09 05:30:01

카카오, 에스엠 2대주주 등극에 이수만 역정
지배구조 개선 기대에 에스엠 목표주가 상향
'하이브와도 어깨 견줄 딜' 제시한 카카오 ↑
"수만 없는 에스엠 괜찮나" vs "감 잃었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케이팝의 아버지’는 성냈지만, 지분을 팔기로 한 쪽과 사기로 한 쪽 모두 웃고 있다. 이수만 에스엠(041510) 전 총괄프로듀서가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증권가는 “경영권 분쟁은 주가에 호재”라며 카카오(035720)와 에스엠 목표가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선 “이수만이 그래도 에스엠의 정체성인데, 이수만 없는 에스엠이 잘 나갈까”라는 우려도 감지된다.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프로듀서.(사진=에스엠 엔터테인먼트)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전거래일보다 1.62% 오른 6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 지분의 9.05%(약 2171억5200만원)를 획득해 2대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부터 2거래일간 5.66% 올랐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며 반발했지만, 이날 에스엠 주가는 오히려 더 급격히 올랐다. 시장이 경영권 분쟁을 호재로 해석하면서 에스엠은 9.54% 급등한 9만87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4개 증권사가 에스엠 목표가를 올렸다. 삼성증권은 에스엠 목표가를 10만4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제시하며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계 도입으로 아티스트 활동이 훨씬 활발해지고 음악적 다양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 목표가도 함께 올랐다. 현대차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7만6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14.5% 상향했다.

증권가가 열광하는 이유는 에스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높은 이익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스엠은 이수만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매년 프로듀싱 용역 등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해온 탓에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돼 왔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간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던 점,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쳤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경우 이번 투자가 하이브와도 어깨를 견줄 만한 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의 올해 음반판매량은 750만장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에스엠의 1700만장을 합치면 2500만장으로, 이는 하이브와 동등한 규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형적인 매출 측면에서 카카오-에스엠 연합이 하이브와 상당히 근접해질 수 있다”며 “산업적으로 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딜”이라고 분석했다.

뉴진스(사진=어도어)


케이팝 팬들 사이에선 우려도 엿보인다. 에스엠의 정체성이었던 이수만 없이 에스엠이 지금보다 더 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작년이 아이브의 해였다면 올해는 뉴진스”라며 “트렌디함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에스엠이 조금 뒤처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엠에선 엑소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이후로 대형 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에스파가 초동 100만장을 돌파하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데뷔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하이브는 뉴진스가 대표주자로 뛰고 있으며 르세라핌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급변하는 음악 환경 속에서 에스엠이 과거 명성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매입이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가 기업공개(IPO)를 큰 그림에서 계속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 쪽은 웬만큼 자리잡았지만, 엔터나 케이팝 에이전시 쪽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이번 투자를 평가했다.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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