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괴식로드]생선눈을 먹으면, 눈앞이 밝아질까<5>

전재욱 기자I 2020.08.15 00:00:00

근시 앓는 생선의 시력은 최악이지만
비타민A·DHA 풍부해 시력에 도움
일본 참치 눈알 고급 식재료로 소비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이 난다.’

실없는 농의 기원을 정색하고 거슬러 가면, ‘날갯짓해서 다른 이를 찾아 떠나버리는 까닭’이라는 설이 등장한다.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닭의 비행 능력을 보노라면 멀리 가지 못해 잡히기 십상이다. 다르게 보는 이들은 ‘닭 날개에 콜라겐 성분이 풍부해서, 먹을수록 얼굴이 환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성에게 잘 보이게 되고, 이로써 허툰 생각하다가 결국 떠난다는 것이다. 앞선 설보다 고차원적이고 그럴싸하다.

‘생선 눈알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말도 정설처럼 통한다. 우리네는 밥상 머리 예절에서, 겸상할 때 생선 눈알은 어른에게 양보하라고 가르친다. 늙을수록 시력이 감퇴하니, `드시고` 기운을 차리라는 것이다. 생선은 머리가, 고기는 꼬리가 맛있(어두육미)으니 마땅히 그럴 일이다. 이렇듯 국민 정서법상으로도, 생선은 대가리가 제일이고 대가리의 정수는 ‘눈’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참치집에서 내어오는 참치 눈물주(酒)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게는 술에 섞어 마시니 눈에 좋아질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기분은 좋다. 몸값 비싼 참치에 한 쌍밖에 없는 눈알은 귀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참치의 나라 일본에서는 아예 참치 눈알을 식재료로 쓰기도 한다. 비싼 참치 요리를 모두가 쉬 즐기기 어려워서, 찾는 이가 덜한 눈알을 서민층을 중심으로 먹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급 일식당에서 값진 취급을 받고 팔리기까지 한다. 다만 이 요리를 마주하려면 약간의 담력이 필요하다. 엔간한 성인 남성 주먹만 한 크기에 압도된다는 것이다.

참치 눈알 조림(자료=레시피라쿠텐 홈페이지)
다만 생선 눈과 시력 향상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얻기는 어렵다. 만약 ‘사람이 생선 눈을 먹고서 생선의 눈을 하게 되면’ 대부분은 치명상을 입게 될 터다. 모든 생선은 수준으로 근시를 앓고 있어서다. 동태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동태눈’을 속된 말로 써서 비하하는 것은 아예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한 단계 꼬아서 접근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생선 눈알이 인간 시력 향상에 간접적으로 도움되는 건 맞다. 생선 눈(주변 포함) 부위에는 비타민 A와 DHA 성분 함유량이 풍부한 편인데, 두 영양소는 시력 유지와 향상에 도움이 된다. 참치 눈물주와 눈알요리가 시력을 해칠 것까지는 없다는 의미다. 적어도 생선 자체가 눈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연구도로 밝혀졌다. 계명대 동산병원 강경태·김유철 안과 교수팀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생선을 많이 먹을수록 황반변성 발병율이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상관관계를 ‘동의보감’에 빗대 해석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은 ‘병은 같은 성질의 것으로 다스린다’(구속법·求屬法)는 지혜를 제시한다. 기운이 비슷한 것은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