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음식..`뱀탕`<56>

전재욱 기자I 2021.12.25 14:00:00

홍콩 뱀탕집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 식당에 선정
기원전부터 먹은 전통 음식으로 중화권서 대중화
자양강장으로 각광받고, 한국도 예부터 약재로서 써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홍콩에 있는 식당 `She Wong Leung`은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 빕 구루망(Bib Gourmand)에 들었다. 빕 구루망은 미슐랭 가이드가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선정해 지정한다. 비록 최고 식당에 부여하는 별 등급(1~3)에 미치지 못하지만 빕 구루망도 선망의 대상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식당 평가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갖는 터다.

She Wong Leung에서 판매하는 뱀탕.(사진=미슐랭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는 이 식당을 `업력 20년이 넘은 유명한 뱀 수프 가게로서, 대부분 겨울에 먹는 뱀 수프를 사계절 먹도록 대중화`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 식당의 주 메뉴는 뱀탕(蛇羹)이다. 가정식 백반과 양고기 따위를 팔지만 주력은 아니다. 미슐랭 가이드는 `뱀 와인을 마셔보는 것도 도전할 만`하다고 추천한다.

뱀탕은 중국에서 2000년 전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원전에 쓰인 중국에서 제일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도 뱀탕에 대한 서술이 남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주로 대륙 동남권에서 대중화한 음식으로 꼽힌다. She Wong Leung이 아니라도 홍콩에는 뱀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즐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도 뱀탕을 먹는다. 뱀탕을 다루는 싱가포르 식당 싱가포르 식당 `Jiang-Nan Chun`이 2018년 미슐랭 스타(별 1개)를 받기도 했다.

뱀탕은 고기와 뼈를 길게는 여섯 시간 넘에 고아서 만든다. 오래 끓이면 걸쭉한 형태를 띠는데 옥수수나 찹쌀 등 전분을 넣어 점도를 늘린다. 탕이라기보다는 수프에 가깝기도 하다. 생강이나 마늘 따위를 포함해 허브나 꽃잎 등 향신료를 써서 잡내를 잡는 게 요령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함께 삶아서 먹기도 하는데 뱀고기 자체는 식감이 생선과 비슷하다고 한다. 뱀 종류를 가리지는 않고 독사도 재료로 쓴다.

현지에서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뱀이 따뜻한 기운을 가져서 겨울에 먹으면 양기를 보전하는 데 좋다는 인식이 있다. 혈액순환, 노화방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자양강장 음식으로 일컫는다. 우리도 예로부터 뱀을 약재로 썼다. 백화사를 누룩과 함께 담그는 백화사주(白花蛇酒)는 대풍창(한센병)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다고 동의보감은 전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