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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깊다.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맡으며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투자자와 감독의 관계를 넘어선다. 이 부회장은 ‘설국열차’의 편집권을 놓고 봉준호 감독과 와인스타인컴퍼니가 갈등을 겪었을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또 그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다가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지난해에 책임프로듀서 자격으로 10년 만에 칸을 찾아 지원했다. 지난 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날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수상소감까지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봉준호 감독을 축하한 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었지만, 우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게 도와준 내 동생에게 고맙다”며 이 회장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그룹 문화사업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 뒤 대규모 투자와 지원 결정 등을 총 책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생충’을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고 국격을 높인 작품으로 평가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좋은 콘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독보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해 전 세계인이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말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문화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재현 회장의 문화사업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쌓은 이 부회장의 인맥과 노하우가 ‘기생충’의 글로벌 성공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발굴하는 창작자가 있으면, 그 이야기를 양식을 가진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곽신애 대표다. 그는 칸국제영화제부터 아카데미시상식까지 전 일정을 수행하며 봉준호 사단의 살림꾼 역할도 했다. 그는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자, 정지우 감독의 아내로도 유명한데, 사실 두 사람보다 먼저 영화의 길을 걸었다.
영화 기자 출신인 곽 대표는 1997~1999년 김조광수 감독과 영화홍보대행사 ‘바른생활’의 공동대표로 일하면서 영화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청년필름·LJ필름·신씨네 등에서 마케터와 KNJ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로 경력을 쌓았으며, 봉준호 감독 네 번째 장편 ‘마더’의 프로듀서로 2010년 바른손이앤에이에 재직 중이었던 서우식 전 대표의 소개로 입사해 2013년 제작사 대표로 선임됐다. 곽 대표는 ‘기생충’ 국내 개봉 이후 “바른손과 봉준호 감독의 신뢰가 있었기에 ‘기생충’이라는 선물이 저한테 온 것”이라며 “마음 속 1순위 감독이었던 봉준호 감독과 작업으로 꿈을 이뤘다”고 ‘팬심’을 고백한 바 있다.
곽 대표는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뚝심 있고 인내심과 포용력이 강하며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제작자라고 주변인들은 말한다. 오빠인 곽경택 감독은 “어릴 때부터 아무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한 적이 없는데 동생(곽신애 대표)은 본인이 알아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끈기 있게 걸어왔다”며 “이번 수상은 열심히 한 우물을 파면서 매진해온 사람에게 상이 주어진 것 같다”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