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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주열 "트럼프 경제정책 관심있게 봐야"

경계영 기자I 2016.12.15 12:54:28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함께 주목할 대외 위험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방향 등을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리스크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클지는 조기에 해소될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등 그 방향에 달려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외 리스크는 컨트롤 밖에 있어서 그에 따른 영향을 예단할 수 없고 대외 리스크가 진전되거나 현실화하거나 악화되는 경우 시나리오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대해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당장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봤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만장일치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연 1.5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여섯달째 동결이다.

아래는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2회에서 3회로 올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내외금리차 축소뿐 아니라 역전 현상이 심해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할 땐 자본 유출입도 하나의 고려 요소이긴 하지만 경기, 물가를 포함한 전반적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하나만 갖고 예단할 수 없다. 내외금리차가 좀더 축소되더라도 현 단계로선 급격한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부문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 아니다.

-이번달 미 연준의 결정이 채권금리, 원·달러 환율 등 가격 변수에 얼마나 반영됐다고 보는가.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시장은 내년 연준이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봤지만 오늘 발표된 점도표를 보면 인상 횟수가 세 번까지 가지 않겠느냐고 본다. 미 금융시장에서 가격 지표가 큰 폭으로 변화했고 국내 시장에서도 금리와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했다. 점도표 상향 조정에 따른 영향이 시장에 곧바로 반영됐고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과 당국은 시중금리 변동성을 줄이려 개입에 나섰는데 인위적 조정에 따른 부작용은 없나.

△미 대선 이후 금리 상승이 워낙 큰 폭으로 변동해서 안정화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안정화 조치는 특정 수준을 타깃팅하겠다거나 시장 원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조정을 억제하겠다는 차원이 전혀 아니다. 일시적 충격에 따른 불안심리가 과도하게 증폭되거나 그에 따른 금리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줄여주는 조치다. 앞으로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어 지금까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한은 입장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을 수 있나.

△최근의 시장금리 급등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변동금리로 대출한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저소득·저신용, 다중 채무자 등 취약차주가 그렇다. 정부 당국도 한계 취약차주에 대한 연체 부담을 완화하거나 서민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대책은 사회 안정망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재정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은은 거시경제 전반적으로 통화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다지는 데 노력할 것이다.

-대내 리크스와 대외 리스크 가운데 우리 경제에 더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대외 리스크를 눈여겨보고 있나.

△대내외 리스크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 리스크일지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 방향에 달려있다. 대외 리스크는 컨트롤 밖에 있어서 그에 따른 영향을 예단할 수 없다. 단지 대외 리스크가 진전되거나 현실화하거나 악화되는 경우 시나리오별 대응을 준비할 뿐이다.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포함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외 리스크 가운데 연준의 정책 방향은 예측 가능하게 제시됐다. 트럼프 신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공약대로 이행될지, 다른 변경이 있을지 관심있게 봐야겠다. 유가는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를 포함한 모든 스케줄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여전히 관심 갖고 봐야 한다. 유가는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작년에도 눈을 떼면 안 된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이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능성이 없는지도 상당히 중요한 리스크다. 내년 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이 가시화할 것이어서 그에 따른 리스크는 없는지 눈여겨봐야겠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채안펀드는 2008년 12월 구성됐다. 정부가 계획을 밝혔지만 채안펀드 가동은 금리가 앞으로 추가로 큰 폭 상승해서 채권시장 작동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일종의 비상대응계획 차원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채안펀드 재원은 기본적으로 금융기관 출자로 조성됐다. 단지 필요한 경우엔 펀드 출자기관인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을 한은이 지원해줄 수 있다. 2008년 당시 유동성 절반을 한은이 지원해준 적이 있다. 이는 한은이 갖고 있는 컨틴전시 플랜에 포함돼있다. 다만 현재로서 한은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데 대해 장·단기적 시각에서 평가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세가 이전보다 좀더 확대된다면 물가 면에서도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 예상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쪽을 보자면 물가엔 상방·하방 압력이 혼재해있다. 상방 압력을 본다면 유가 상승, 미 달러화 강세, 글로벌 물가가 있다. 내수, 전기료 인하 조치 등은 물가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아무래도 저유가 영향이 소멸되고 있고 관련 제품 가격이 오르면 내년부터 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물가는 기본적으로 국내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조심스럽긴 하지만 점차 글로벌 경기 회복되고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현재로선 대단히 미약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도움을 받는다면 물가도 지금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본다.

-대통령 탄핵이 시장에서의 가격 변수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평가하는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우려스러운 점이 있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아직까지 금융시장에 미치는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외국 평가로 답을 대신하겠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잇따라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내년 성장률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나왔는데 내년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 만한 요인이 무엇이 있나.

△(지금과) 지난 10월 전망과 비교해보면 상방 위험보다 하방 위험이 더 크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지만 국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면 긍정적 요인도 없진 않다. 긍정적 요인이라면 선진국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좀더 확대된 점, 국제기구들이 내년도 세계 경제전망을 종전보다 조금씩 올려잡는 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자원수출국의 경제여건이 호전될 가능성 등이 있다. 이들은 수출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근 변화는 상방 리스크라 할 수 있다.

그에 못잖게 하방 위험이 큰 게 사실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그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하방 리스크다. 그 무게를 재보면 하방 리스크가 커보이긴 하지만 한달 새 흐름을 지켜보고 1월 전망 때 다시 한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제시해보겠다.

-최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를 심각하다고 보나.

△지금 소비심리 위축이 소비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계부채 문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경기와 고용도 있다. 내년도 고용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소비 여력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여력을 높이려는 방안은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 만드는 고용대책이다. 이것 한가지만 필요한건 아니지만, 지금 소비를 누르는 것에 대한 해소책이 필요하다. 제일 급한 건 아무래도 위축된 소비 심리 살리는 게 필요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심리 위축이다. 지난번 조사에서도 소비자기대심리가 많이 위축됐고 이게 장기화되면 기업투자에 대한 심리에도 영향 줄 것이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데 기조적으로 회복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나.

△금년 1분기가 일종의 저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이후로는 수출이 부진하지만 그 정도가 조금씩 완화돼왔다. 11월 숫자를 보면 사실상 지역이나 품목이 골고루 조금 나아졌다. 이는 긍정적 결과다. 수출 여건을 보면 긍정적 요인도 꽤 있기에 수출은 과거와 같은 본격적 회복을 보이진 않겠지만 수출 여건은 지금보다 내년이 개선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데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물론 해외 투자은행(IB) 등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준금리 운용할 땐 거시경제 상황, 실물 경제 흐름도 보지만 그에 못잖게 금융안정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완화기조를 추가 확대할 경우 일반적으로 가게부채 증가,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 등 금융안정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금 상황을 보면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특히 금융시장 변동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는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할 수밖에 없다. 소위 금융 불균형이 더 누적돼서 금융안정 훼손된다면 성장과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통화당국뿐 아니라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달 은행권을 봤을 때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됐다. 정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11월에도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1월3일 부동산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정부당국으로서도 가계부채의 축소 필요성에다 실물경기, 건설경기의 과도한 위축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신중히 접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계부채 조금씩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을 어느 정도 속도로 제어할지는 정부 당국이 고민하고 있고 이 문제는 정부도 가볍게 보고 넘기는 문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지켜봐주길 바란다.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방향 금통위 회의가 12번에서 8번으로 줄어든다.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방안은 무엇이 있나.

△내년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 횟수가 줄지만 그만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하게 된다. 필요하면 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고 커뮤니케이션은 소홀함 없도록 적극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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