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 아나운서 출신으로 수필가·평론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하는 ‘민낯’을 꺼냈다. 군인 아버지와의 불화 등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가족사와 지인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파헤친다. 짧은 에피소드마다 담긴 메시지는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일침이다.
저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한 예로 든다. 가족의 부탁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무턱대고 신뢰하는 ‘가족이라는 병’이 사기를 초래하고 ‘오타쿠족’을 증가시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인격을 되찾는 데서부터 가족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혼모 가정, 한부모 가정, 동거와 셰어하우스, 동성커플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속속 출현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다만 ‘기대는 아이를 훼손한다’든지 ‘화젯거리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은 재미없다’ 등 가족에 대한 고민을 성급하게 일반화한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