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키워드]멈춰선 브렉시트, 꺾이지 않는 엔화강세

이정훈 기자I 2016.06.21 07:23:33
브렉시트 우려 이후 나타났던 파운드화 약세와 엔화 강세 동조화가 최근 들어 깨지고 있다. 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파운드화가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지만 엔화는 약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마켓포인트 데이터 인용, 단위:미달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대형 이벤트가 임박했다는 불안은 여전하지만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여성의원 피살사건 이후 영국내에서 EU 잔류를 지지하는 쪽이 힘을 얻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공포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전날(20일)과 간밤 아시아와 유럽, 뉴욕증시는 순차적으로 상승랠리를 이어갔고 국제유가도 3% 이상 급등했다. 브렉시트 우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영국 파운드화도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달 25일 1.4708달러 수준에서 지난주 1.4064달러로 4.4%나 단기 급락했던 파운드화 가치는 1주일도 안돼 다시 1.47달러대에 근접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브렉시트로 야기됐던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거의 진정됐다고 볼 수 있겠다. 아직 오차범위 이내이긴 해도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쪽이 지지세력을 앞섰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대로 브렉시트가 부결될 경우 위험자산이 조금 더 안도랠리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반전 분위기 속에서도 대표 안전자산으로서 강세랠리를 보여온 일본 엔화 가치는 좀처럼 되돌림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달 25일 1달러당 110엔 위에 머물러 있던 일본 엔화는 지난 16일까지 불과 3주일만에 6% 가까이 급등했다. 그리고 파운드화가 급반등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104.46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파운드화 약세와 엔화 강세의 동조화(=커플링)가 깨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다른 이유가 엔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논리적 귀결을 낳는다.

무엇보다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미국 고용지표와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냄새를 물씬 풍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 등으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것이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시장 인식도 엔화 매수세를 강화시켜준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볼 때 엔화 가치는 달러화대비 14% 정도 저평가돼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지속되는 엔화 강세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엔고 부담으로 인해 지난 5월까지 일본 수출은 내리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무역수지도 다시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일본 기업 실적 전망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문가들도 지금과 같은 불안양상이 이어질 경우 엔·달러 환율은 100엔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비둘기파적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이 공개될 경우 엔화가 추가로 강해질 여지가 있다. 결국 엔화 강세쪽에 시장심리가 쏠려있다면 BOJ로서도 7월에는 추가 통화부양조치를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일본 외환당국도 강한 시장 개입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7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리든,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든 서서히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이럴 경우 엔화는 서서히 상승세를 늦추면서 조정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지만 엔화가 크게 하락할 공산은 크지 않다. 설령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부결되는 상황이 현실화해도 파운드화가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엔화도 108엔 정도에서 조정을 끝내고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화가 엔화에 비해 더디게 절상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이나 주식시장은 그다지 크게 손해볼 일은 없다.

`브렉시트` 韓경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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