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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카바이러스 선전포고에 준비됐는가

논설 위원I 2016.02.03 03:00:00
세계보건기구(WHO)가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감염 의심사례가 벌써 7건이나 신고됐다고 한다. 그중 4건은 음성으로 확인됐으나 3건은 계속 검사 중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발표다.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모기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해외에서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우물쭈물하는 최근 며칠 사이 이 신종 괴물체가 몰래 침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강원도에서 바이러스 감염병인 뎅기열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더욱 찜찜하다. 뎅기열이 지카바이러스를 일으키는 비슷한 계열의 모기에 의해 감염된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원주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 최근 베트남 여행을 갔다 돌아온 뒤 고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여 현재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이 지카바이러스 유행 지역이 아니라니 그나마 안심이다.

지카바이러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밀치고 들어온다는 것이 문제다. 자칫 경계를 늦춘다면 대문을 박차고 들어와 응접실과 안방까지 마구 헤집어놓게 될 것이다. 과연 이에 대한 대비가 이뤄져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해 메르스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말로는 대비가 철저하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대형병원 응급실까지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감염 지역인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출입국이 빈번하다는 사실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들 국가와 교류하는 인원도 연간 200만명이 넘는다. 드라이버로 공항 출입구를 뚫고 들어오는 밀입국자도 막지 못하면서 방문객들의 감염 여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있을지 지레 걱정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들 지역을 방문하게 될 경우에도 예방수칙 정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뒷북 대응은 인사에서부터 확인된다. 청와대가 그동안 공석 중이던 질병관리본부장을 어제서야 부랴부랴 임명한 것이 그것이다. 인천공항검역소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전임자가 총선출마를 위해 사직했다니 도대체 공항 요직은 무슨 낙하산들을 위한 자리인지 모르겠다. 지카바이러스가 선전포고를 한 상태에서 우리는 채 전열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소두증 `지카 바이러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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