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대감은 바로 증시에 반영됐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를 비롯해 투자 배급사인 CJ ENM은 물론 ‘짜파구리’의 농심, 하이트진로 등의 주가가 연일 오름세를 기록중이다. 뿐만 아니라 K팝, K드라마에 이어 K무비까지 국내 콘텐츠 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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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바른손이앤에이(035620)는 전일대비 29.98%(880원) 상승한 381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나흘째 상승세다. 지난 10일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 상승률은 90.8%에 달한다. 사흘간 시가총액은 무려 1282억원(90.8%) 늘어난 2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바른손이앤에이의 자회사인 바른손(018700)도 이날 사흘째 상한가를 기록하며 4435원에 거래를 마쳤다.
CJ ENM(035760)은 이날 0.92% 하락한 15만1400원으로 사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아카데미 수상 발표전인 7일 종가(14만4900원)대비로는 4.5%(6500원)가량 상승했다.
‘기생충’은 현재 국내에서 약 860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달성했고, 수익은 215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9일 기준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은 1900억원 수준으로 수수료, 마케팅 비용을 고려시 150억원이상의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외 관객 증가와 케이블,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판매 등 부가적 수익에 따라 수익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화, 드라마 관련주 및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대형사, 제작사의 수혜가 전망된다.
한상용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K팝, K드라마가 K콘텐츠 성장의 주축이었지만,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통해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에서 K무비의 성공가능성이 확인되며 K콘텐츠 저변이 또 한번 확장됐다”며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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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도 수혜를 입었다. 영화를 통해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면과 스프를 섞어서 끓이는 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심(004370)의 이날 주가는 4.88% 오른 25만8000원을 기록하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역시 소품으로 쓰인 ’필라이트‘와 ’참이슬‘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000080)는 사흘만에 1.54% 반등에 성공하며 3만원대 탈환을 목전에 뒀다.
내수시장의 한계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식품업계는 ‘기생충’의 인기로 수출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농심이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에 대한 해외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농심은 조리법이 익숙하지 않은 미국 시장에 두 제품을 혼합한 짜파구리 컵라면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농심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로부터 짜파구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짜파구리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짜파구리 열풍으로 농심 해외 사업 확대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농심은 2005년 미국 랜초 쿠카몽가에 1공장을 완공, 최근 몇 년 사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주류시장에 안착했다. 현재 농심의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은 15%까지 올랐다. 올해는 2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서부에 제2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2025년까지 미주 지역에서 현재의 2배가 넘는 6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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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8개국에 맥주와 소주를 수출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자사 제품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 초반 모두가 백수였던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모여서 마시는 맥주는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다. 필라이트는 2017년 4월 만원에 12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됐다. 가성비를 내세운 전략으로 필라이트는 출시 2년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7억캔 판매를 돌파해 메가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에 대한 수출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국민소주 참이슬도 영화에 빠지지 않았다. 극중 명문대 학생인 민혁(박서준)이 절친인 기우(최우식) 집에 찾아와 동네 슈퍼에서 소주잔을 기울일때 테이블에는 참이슬 후레쉬가 놓여있다. 참이슬은 2018년 12월 기준 출시 20년만에 300억병을 돌파한 대한민국 대표 소주이며, 18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품이다. 수출 전용 제품인 ‘진로24’도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 유명 잡지 ‘할리우드 리포트’에 실려 주목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진로24는 연간 100만병 수준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소주 제품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1%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수출 50주년을 맞았던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소주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기생충’으로 세계시장에서 역사를 다시 쓴 한국 영화의 뒤를 잇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