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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멍든 체육계]③연아도 교수되려면 박사 따야해?

김상윤 기자I 2012.04.27 08:04:08

`실기교수` 채용 시스템 열어둬야
타학과처럼 겸임교수 방식도 필요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만약 김연아도 나중에 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를 취득해야할까?

김연아는 고려대 소속이긴 하지만 잦은 훈련 및 해외대회 참가 등으로 학교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소속 학과 교수가 "학업에 성실할 수 없으면 차라리 휴학하라"는 조언을 할 정도였다. 김연아가 학사학위를 제대로 취득하고, 석사·박사 학위까지 모두 받으려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논문 대필 유혹도 느낄 수 있고,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대학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논문 표절의 구조적인 원인을 봤을 때, 체육계 교육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체육 교육의 현실을 감안하면 실무영역에 특화된 `실기교수` 제도 도입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선수들이 현장에서 몸소 직접 체험한 지식도 이론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교수 채용 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도면 박사 아니더라도 체육과 교수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직업적 학자 외에 각종 실무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사람은 대학이 적극 받아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실기교수` 제도가 현장에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는 스포츠 인재들을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이다. 이곳은 이론교수와 실기교수로 이원화돼 있다. 이론교수는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운동역학, 스포츠심리상담 등을 가르친다. 이들은 박사 학위를 갖고 있어야 하며, 채용과정에서 학위 및 학문적 성과가 가장 우선시 된다. 반면, 실기교수는 수영, 테니스, 육상 등 각종 종목에 특화된 교수다. 석사학위 이상만 갖고 있으면, 100% 실기 평가를 통해 교수로 채용된다. 교수 평가 방식도 다르다. 이론교수는 꾸준한 논문 활동을 통해서, 실기교수는 학생들의 경기 실적을 통해 평가를 받는다.

한상권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가 한체대의 실기 교수로 편입됐다면 지금과 같은 논문 표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실기에 특화된 선수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교수 채용시스템을 어느 정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체대의 실기교수 제도를 일반대학에도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한체대에는 비인기종목 학생들만 몰리고, 인기종목 선수들은 일반대학으로 가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게 현 실태”라며 “현실을 감안하면 일반대학에도 실기교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한체대의 이원화된 교수 채용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일반대학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다. 한체대는 국가 스포츠 인재 육성 및 메달 획득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실기교수`가 있을 수 있지만, 학문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체육학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체육학과 교수는 "체육학과는 체육학에 관한 학문적인 연구 및 일반 체육지도자 양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대표선수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며 일갈했다. 또 다른 체육학과 교수도 "교수라는 직업은 결국 학문적 실적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학문적인 소양을 갖춰지지 않은 스타성 선수들이 교수를 하게 되면 학문의 질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체육학과 교수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학문적 성과가 상이한 스타선수 출신 교수들과 동등하게 취급받기 싫은 상황에서, 전체 체육학과 교수의 채용 인원이 한정돼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평론가는 "이론교수와 실기교수를 다른 잣대로 평가받는 인식이 마련되면 가능하다"면서 “다른 학과에서 한 직종에 전공한 사람이 현장의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겸임교수 방식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이슈추적 ◀ ☞ 표절로 멍든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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