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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멍든 체육계]②"까면 안 나올 사람 없다"

김도년 기자I 2012.04.27 07:58:15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 만들자"..집단주의가 `표절 불감증` 불렀다
나이들면 갈 곳 없는 선수, 홍보 효과 노린 대학간 `이면 거래`도 한몫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문대성 사태`로 몸살을 앓던 동아대학교가 결국 설립 이래 처음으로 소속 교수들에 대한 논문 표절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는 체육학계의 논문 표절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관련기사☞문대성 사태..동아대 "실태조사 착수")

동아대는 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의 논문 표절 사실을 4년전부터 알고도 묵인해왔고 이 대학 교수 2명도 논문 표절을 했다는 등 교수진 집단표절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또 동아대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체육학회도 조만간 연구윤리위원회를 소집해 표절한 논문을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들의 표절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조사를 벌이겠다는 심산인 듯 하다.   이제까지 체육학계의 논문 표절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는 집계된 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표절 불감증` 수준에 이를 정도로 논문 표절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그 동안 체육학계에서 교수를 선발할 때 논문 표절에 대한 엄중한 검증 절차 없이 대부분 묻어두고 넘어갈 때가 많다"며 "평가 기준도 모호하다보니 엉뚱한 업적으로 교수 자격을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고 평했다.

투기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한 교수도 "체육계의 논문 표절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혀 있다"며 "까면 걸리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학계에 논문 표절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육계의 집단이기주의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후배, 동기간 관계가 단순한 친분을 넘어 교수직과 논문 대필자까지 알선해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심지어 `체육계의 발전`을 명목으로 특정 인사 밀어주기 행태도 보인다는 것이다. (관련기사☞"문대성 사태, 체육계 정치인 배출 강박이 한몫")  
▲ 용인대학교가 모교 출신의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홈페이지에 홍보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체육계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체육 관련 예산을 국가 재정의 1%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고 이 때문에 체육계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자는 집단 이기주의가 무리하게 논문을 표절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운동선수들과 대학 재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있는 부분도 논문 표절 관행이 자리잡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선수들은 전성기 때 한 몫 벌고 나이가 들어서는 정규직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원한다. 또 기량 저하를 우려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학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 입장에선 유명 스포츠스타를 학생이나 교수로 받아들여 학교 홍보에 활용할 수 있어 양쪽 모두 `일거양득`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난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체육학계 스스로가 이번 논문 표절 사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육학계를 대표하는 한국체육학회는 여전히 체육학계 논문 표절과 관련한 자정 노력 필요성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만 답변하고 있다. 배성인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결국 이번 사태는 한국체육학회 등 체육학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역량보다 무조건 학위가 우선시 되는 `보수적 아카데미즘`도 체육계의 논문 표절 관행의 이면에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운동선수가 체육대학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을텐데 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학문적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표절이나 대필을 해서라도 논문을 준비하게끔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 관련이슈추적 ◀ ☞ 표절로 멍든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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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멍든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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