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12일 SM 인수 절차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달 31일 열리는 SM 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26일까지 주당 15만원으로 책정된 공개 매수를 예정대로 진행해 목표치인 추가 지분 35%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대승적 합의’라고 표현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하이브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카카오도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쩐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이번 인수전은 경쟁이 치열했다. 올초 7만원대에 머물렀던 SM의 주가는 하이브·카카오의 인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50% 넘게 급등했다. 특히 카카오가 지난 7일 주당 15만원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로 SM 주가는 장중 역대 최고가인 16만1200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더 높은 가격으로 맞불 공개매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을 우려한 카카오와 하이브는 지난 10일부터 협상에 돌입했고 3일째인 이날 오전 합의에 성공했다.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양사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SM 경영권을 포기한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을 추진한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 위버스와 SM의 팬 플랫폼 버블 간의 협업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또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이브 측은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묻는 질문에 “현시점에서 정확한 내용을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일종의 실익 없는 싸움을 끝까지 하는 것보단 일정 부분 내주고 실리를 찾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이 싸움이 오래되면 될수록 K팝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점을 의식해 대승적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SM은 하이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SM은 “전략적 파트너인 카카오와 함께 세계 최고의 ‘IP(지식재산권) X IT 시너지’를 창출해 K팝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가겠다”며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평론가는 “SM의 음악·아티스트 IP와 카카오의 플랫폼·기술력이 만나면 IP 비즈니스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SM은 지배 구조도 한층 투명해진 만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