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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술 만들었지만 국내 인증 기준 없어 계약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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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I 2026.05.07 16:03:58

규제에 발목 잡힌 K중기③ 강봉수 딥비전스 대표
CCTV 영상 AI 활용해 미세먼지 농도 측정
국내 인증기준 부재로 사업화 어려움 겪어
병충해·수분량 측정 사업으로 美 진출 계획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 중소·벤처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각종 규제들은 기업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규제 애로가 접수되고 정부마다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K혁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낡은 규제의 실태를 정밀 진단하고 고군분투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강봉수 딥비전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아름 기자)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일수록 기존 규제 틀 안에서는 평가 자체가 어렵습니다.”

강봉수 딥비전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딥비전스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디지털 영상을 기반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AI솔루션 ‘비전플러스’를 개발했다. CCTV 영상을 AI가 분석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수 있어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전세계에서 딥비전스의 기술력에 주목하며 사업 제안이 이어졌으나 제도권 이슈를 해결하지 못해 좌절됐다. 현행법상 딥비전스가 만든 솔루션에 대한 성능인증을 받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정확성을 담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한국에서 관련 인증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베트남 등 여러 국가들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해외 기업들 모두 인증 여부를 요구해 결국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부가 전국에 설치한 400~500개 미세먼지 측정장치로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는 “서울은 측정기 설치 밀집도가 조밀한 편이지만 지방에는 시전체에 없는 경우도 있다”라며 “영상기반 CCTV 카메라 분석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조밀한 망을 만들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강 대표는 지난 2023년 서울시 성동구에서 개최한 소셜벤처 혁신경영대회에서 수상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강 대표는 “성동구청에 국가가 설치한 측정기가 있었는데 그 바로 옆에 CCTV를 설치하게 해줘서 측정 수치가 비교될 수 있게 했다”며 “국가 설치 측정기와 유사한 수준이 나온다고 판정 돼 성동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마저도 실제 수치 대신 색상으로 단계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기질 상태를 ‘좋음·보통·나쁨’에 대응하는 색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는 현행 제도상 대중에게 공개되는 대기질 수치 정보는 환경부 인증을 받은 ‘1등급 측정기’ 수준의 정확성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딥비전스의 서비스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측정 정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시민에게 제공될 경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딥비전스는 AI를 활용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 신호를 포착하는 핵심기술이 있기 때문에 1등급 측정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확성을 담보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기술을 통해 △스마트시티 △건설 현장 △농업 현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대기질 변화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측정소 중심 방식만으로는 지역별 미세먼지 편차를 세밀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영상 기반 보조 측정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촘촘한 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원천기술을 활용해 미세먼지 측정 뿐 아니라 병충해를 찾는 사업도 시작했다. 강 대표는 “일본 와이너리에서 드론을 날려 데이터를 수집해 병해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날리려면 자격증이 필요하고 여러 규제가 있어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는 구조이지만 일본에서는 사업화에 성공했다”며 “측정 방해 요소가 많은 노지에서 6미터 이상 상공 위 드론이 극소 영역의 병충해를 찾기 위해 이미지를 처리하는 딥비전스만의 핵심 원천기술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딥비전스는 올해 본격적인 사업화에 돌입한다. 규제로 인해 서비스가 어려운 한국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볼 계획이다. 농업시장이 큰 미국에 진출해 병충해를 포함, 수분량 측정, 수확량 예측까지 복합적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올해는 미국 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고 투자도 받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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