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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그림자 부채’…12조위안 줄인다
쉬홍차이 전인대 재정경제위 부주석 겸 전인대 상무위 예산업무위 주임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6조위안(약 1162조원) 증가시켜 지방 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암묵적 부채 재고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인대는 중국 최고의 의사 결정 기구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번 전인대 상무위에서 이와 관련한 안건을 심의·표결했는데 지방정부 부채 감소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경기 침체의 여파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실패 같은 요인으로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를 통해 여러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도 않아 ‘그림자 부채’로 지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3년말 기준 LGVF의 부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7.6% 수준인 60조위안(약 1경160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숨겨진 지방정부의 부채가 14조3000억위안(약 2767조원)에서 이라고 추정하며 세수 감소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인대는 지난 5일부터 열린 회의에서 지방정부 부채한도를 6조위안(약 1162조원) 증액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2조위안(약 387조원)씩 부채한도를 조정함으로써 지방정부에서 가려져 있던 그림자 부채를 대체할 효과를 노린다.
여기에 2024년부터 5년간 새로운 지방정부 특별채권에서 매년 8000억위안(약 155조원)을 할당해 정부 자금의 재원을 보충하고 부채에만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의 그림자 부채 4조위안(약 774조원)을 대체하게 된다.
이번에 전인대에서 승인한 6조위안의 부채한도 상향과 기존 4조위안의 할당 조치를 합하면 총 10조위안(약 1934조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셈이다.
중국 재정부는 또 판자촌 리노베이션을 위해 2조위안의 자금을 배정했는데 이는 원래 계약에 따라 상환이 가능한 부채라고 정의했다.
란 부장은 10조위안의 재정 투입과 판자촌 상환 규모를 감안할 때 2028년까지 지방정부가 소화해야 할 암묵적 부채 총액이 기존 14조3000억위안에서 2조3000억위안(약 445조원)으로 12조위안(약 2321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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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촉진보단 안정, 신규 자금 조달 여지 없어”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소에 나서는 이유는 지방정부가 빚 부담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업무 운영이 제약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그림자 부채는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란 부장은 “지방정부가 소화해야 할 숨겨진 부채 규모가 크게 줄어 이자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등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개발 추진력을 높이고 금융 자산의 질을 개선해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 지방정부의 이자 비용은 5년간 6000억위안(약 116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지방정부의 빚을 갚아주는 조치만으론 중국 경제 반등을 도모하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중국은 수요가 부진해 디플레이션 위기에 놓였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경기 부양을 위한 직접 재정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채권 스왑(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의미)은 강력한 성장 촉진제가 아닌 성장 안정제로 작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인대 상무위에선 수조위안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 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조치는 없었다.
란 부장은 “내년 경제·사회 발전 목표와 연계해 보다 강력한 재정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재정 적자 활용, 특별채권 확대, 초장기 특별국채 지속 발행, 대규모 설비 갱신 및 소비자 보상 판매 지원,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이전지급 규모 확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