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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장관 “하남 변환소 신설”…주민 반발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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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2.02 23:25:14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동서울변전소 증설 예고
“한전 위법 없었고 주민설명회서 이미 정보 공개”
10일전 간담회선 “대안 살펴볼 것” 약속 들었는데
주민들 당혹…주거지역 50만볼트 변환소 첫 사례
“아이들 1만명 사는 곳, 인권·사람 우선 정책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동서울변전소 증설(변환소 신설) 공사를 예고했다. 경기도 하남시 주민들은 4만명이 거주하는 주거밀집지역에 초고압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 위치한 동서울변전소에 변환소를 신설하는 공사를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2일 기후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장에 가보니 500kV 변환소를 신설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아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 것이지 재검토를 발언한 적은 없다”며 “향후 절차도 전력망 특별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망 특별법에 따르면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달 5일 관보에 게재된 지정고시대로 추진될 경우 60일 이후인 내년 1월5일 이후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진행된다. (참조 이데일리 11월9일자 <“아이들은 ‘전력망 마루타’ 아닙니다”…추미애 하남 무슨 일?>)

한전은 당초 2026년까지 변환소 증설을 종료하기로 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 시기를 2027년 12월로 수정했다. 변환소는 직류로 오는 전기를 교류로 변환하는 곳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전기가 통과하는 톨게이트 같은 곳으로 중요 전력 시설이다. 밀양 송전탑 시위 이후로 765kV 전력망 건설 계획은 백지화 됐다. 500kV 설치 계획이 현재 가장 높은 전압 수준이다.(자료=한전)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2일 하남시 감일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감일동 주민 등이 포함된 ‘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5자협의체’와 2시간 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이 지난해 여름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소관 부처 장관이 감일동 현장을 찾아 대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주민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대체 부지 등) 다른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갈등위원회 등 다른 중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가) 오늘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며 “곧바로 검토해 연락 드리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한전 임원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한전이) 주민들에게 ‘언제까지 동의하면 뭐를 주고 동의 안 하면 뭐를 안주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한전이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화장하듯이 분칠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 직후 블로그에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의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은 필수적”이라며 “그렇다고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참조 이데일리 11월23일자 <정부, 동서울변전소 재검토 시사…김성환 장관 “대안 살펴보겠다”(종합)>

변환소 신설 예정 부지(사진 오른쪽)와 제일 가까운 아파트 단지(한라비발디 2차) 간 이격거리가 직선거리로 150m에 불과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그러나 김 장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력망 특별법에 따른 공사 추진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주민 몰래 결정됐다’, ‘한전이 장밋빛 미래만 제시했다’,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등 (주민들의) 세가지 의혹 제기가 있었다”며 “(확인 결과) 한전의 위법은 없었으며 주민설명회에서도 정보가 (이미) 공개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전이 일부 주민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주장은 변전소 인근 주민을 지원하는 내부 지침을 수행하는 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오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민들과 만나 (이같이) 확인한 내용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한 엄마가 감일동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감일동은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사는 4만명(1만4000가구) 주거밀집지역이다. (사진=최훈길 기자)
이같은 김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본 주민들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불과 열흘 전 주민들과의 간담회 당시와 달라진 분위기를 느껴서다. 주민들은 최대한 빨리 2차 간담회를 열어 추진 과정의 절차상 하자, 정보 공개 문제 등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규석 동서울전력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통화에서 “변환소가 신설되는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는 노약자, 장애인 등 초고압 시설에 취약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국가폭력이자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감일동에서 공사가 진행되면 50만 볼트 변환소가 주거밀집지역에 설치되는 전국 첫 사례가 된다.

이 위원장은 “4만명이 사는 감일단지는 2010년대 신혼부부 보금자리주택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지금은 아이들이 1만명이나 살고 있는 곳”이라며 “취임 첫 날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이고 행복한 나라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의 말씀처럼, 인권과 사람을 우선하는 정책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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