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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면서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온 전 정부와는 달리, 실용적 성격을 강조하며 국익이 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도 손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높은 관세를 요구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대미 외교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한미 외교 과제엔 통상과 안보가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며 이는 다음 달 9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한미는 실무급 협상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이 대통령이 대면 소통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 타결된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의 미국 측 재협상 요구도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대화 가능성을 전제로 트럼프 2기의 대북 전략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소통해야 한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 부르며 핵 능력을 언급한 만큼 한미간 북핵 해법을 공유하고 한국 패싱(소외)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전례없는 동맹국 때리기와 안보 위기 속에서 서둘러 미국을 만나 국익이 저해되지 않는 방법을 도출하는 게 이번 정부의 첫 번째 외교 과제다. 이달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나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의 이 대통령 참가 여부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해 서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자회의와 별도로 오는 7월께 이 대통령의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도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직접 밝힌 ‘한미일 협력’ 여부는 이달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메시지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친일이냐 반일이냐 하는 양자택일 방식이 아니라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간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원칙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하면 한중 정상회담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은 지난해부터 고위급 인적 교류를 재개해온 참이기도 하다.
中 견제 가속하는 美…실용외교 ‘외줄타기’ 실력 필요
다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지난달 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중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 역량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남중국해 분쟁을 거론하며 “중국의 위협은 실재하고 임박했을 수 있다”며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전략적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은 계속 강조됐지만, 핵심 관료가 이 정도의 ‘선전포고’를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이번 대선에 대해서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에 대한 ‘거리두기’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중간 갈등이 심화할수록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중국과 가장 활발한 교역을 하는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상황이다. 한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이라는 중심을 지키면서 최대한 전략적인 자율성을 지키고 중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외교 실력이 필요한 셈이다.
한러 관계의 정상화에도 당분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고 있고 북러 밀착도 노골화하고 있다. 이날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격인 쇼이구 서기는 이번 만남에서 북러 관계 강화와 북한의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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