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자녀 결혼에는 합의했지만 혼수를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함께 국내외 재무적투자자( FI,Financial Investors)를 대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면서 실사를 시작해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의한 뒤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본 계약 체결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허가가 완료돼야 통합법인(결혼식)이 출범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2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광산업(주)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공시했다. 구체적인 계약조건과 절차, 일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급변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대응하고 미디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혼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혼수를 정하지는 못했다.
특히 티브로드의 지분 20.13%를 가진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지분을 태광이 매입을 위한 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이슈가 있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는 합병법인의 경쟁력을 무기로 재무적투자자(F1)를 유치해 그 자금으로 IMM 지분을 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합병법인의 1대주주는 SK텔레콤, 2대주주는 태광측이 하기로는 합의된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태광산업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위한 MOU를 체결한 만큼 실사가 시작되고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정해질 것”이라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도 “F1유치는 태광과 SK가 함께 추진한다”고 확인했다.
이번 SK텔레콤과 태광산업간 MOU에는 태광그룹 자회사인 방송프로그램제공업체(PP) 티캐스트는 빠졌다. 티캐스트는 E채널, 스크린, 드라마큐브, 폭스 등의 채널을 운영하는데 대주주가 티브로드가 아닌 티시스(52.33%)이기 때문이다. 티시스는 티브로드 지분 7.76%도 갖고 있지만, 티캐스트가 티브로드 자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 MOU에서는 빠졌다고 양사는 설명했다.
◇3년전 CJ헬로와는 깨진 결혼, 티브로드와는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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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6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 했지만 결혼 발표와 동거(실사)이후 결별하고 말았다. 원님(공정거래위원회)이 반대(불허)했기 때문이다.
동네 처녀(CJ헬로)는 생일(창사기념일)인 2015년 10월 30일 시집간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로 접했고, 며칠 뒤인 같은 해 11월 2일 예비신랑 측의 결혼 공식 발표(SK텔레콤 이사회 개최), 한 달 뒤 결혼 신고서 제출(공정위, 미래부에 인가 신청)이 있었다.
그뒤 원님(정부)이 허락할 때까지 일단 동거 모드로 들어갔고, 2016년 2월 26일 처녀 집안 어른들도 결혼을 공식적으로 허락(CJ헬로비전 주총서 SK브로드밴드와 합병가결 )하기에 이르렀지만, 어찌 된 일인지 원님은 신고서의 가부에 시간을 끌었고, 2016년 7월 15일 둘은 몸을 섞을 수도 한집안을 꾸릴 수도 없다(공정위 전원회의 주식인수 및 합병금지 결론)는 통보를 받았다.
한마디로 동네에서 잘 사는 처녀와 잘 나가는 총각(SK텔레콤)이 결혼하려는 건 같은 동네에 사는 다른 처녀 총각들에게 위화감을 주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현 C헬로)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 걸 ‘아쉬운 사례’로 꼽았다. 지난 달 언론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다시 심사한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21일 약혼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각각 IPTV와 케이블TV 2위 사업자다. 티브로드 가입자는 과기정통부 통계 기준 2018년 6월 말 현재 약 314만명이고, SK브로드밴드는 454만명이어서 합병시 762만명(23.83%)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갖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번에는 반드시 결혼한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티브로드는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에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무차입으로 재무구조도 건실하다”며 “합병해도 IPTV와 케이블TV를 모두 운영하며, 두 매체간 상생발전에 앞장서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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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는 CJ헬로(416만명)보다는 가입자가 적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과 경기지역을 연결했고, 충청도(천안, 아산, 세종)·전라도(전주, 완주, 무주, 진안, 장수)로 이어지고, 대구와 부산 등 대도시 중심의 알짜배기 케이블TV 회사(23개 SO 권역)다.
서비스 제공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괜찮고, 기가급 네트워크와 FTTH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90만명이나 된다. 따라서 티브로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인수을 발표하기 전부터 SK텔레콤에 가장 매력적인 결혼 상대였다.
하지만 티브로드외에 SK텔레콤이 추가적인 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M&A를 독려하는 분위기인데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해도 전체 유료방송시장(IPTV+케이블TV+위성방송)에서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3위(23.83%)에 그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산 점유율은 2위(24.43%),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점유율은 1위(31.86%)다.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가 KT에 집중했던 협상을 잠시 중단하고 지난 15일부터 SK텔레콤과 다시 지분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