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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무디스가 본 韓 디지털자산 법제화…“금융권 수익화는 장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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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4.23 11:27:02

무디스, 韓 디지털자산 규제 리포트 발간
2027년 토큰증권 허용 등 신사업 기회 기대
“초기 인프라 한계로 단기 수익 영향 미미”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한국의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디지털자산 법제화 추진이 향후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새로운 장기적 사업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초기 규제 확립의 복잡성과 운영상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법제화 흐름이 실제 금융기관의 수익이나 신용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표=무디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2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 진화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무디스는 디지털자산 법제화가 추진되면 증권사들이 미술품, 선박, 항공기 등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틈새 자산군을 토큰화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선보이며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역시 이러한 토큰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확대하며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디지털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특히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관련해 철저하게 ‘은행 중심의 모델’을 선호하는 기조를 띠고 있다.

시장의 가장 큰 기대감은 관련 법 개정에 따른 ‘토큰화 증권(STO)’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에서 비롯된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2026년 1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이 법적 효력을 갖춘 증권계좌부로 공식 인정받았다. 해당 법률안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초부터는 토큰화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전면 허용된다.

이같은 조치는 앞서 마련된 규제 지침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자금세탁 방지(AML) 의무와 고객 자산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금지 의무를 명시했고, 2023년에는 가상자산 회계 감독 지침이 도입되며 투자자 보호의 뼈대가 세워졌다.

당장의 실적 기여도는 미미할 것으로 선을 그었다. 기관들이 새로운 디지털자산 상품을 실제 도입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적 복잡성을 극복해야 하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 다양한 장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감독 범위의 설정, 금융 시스템 안정성 보장, 투자자 자산 보호 등을 모두 아우르는 명확한 법률 체계를 수립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법제화와 관련된 잔존 불확실성과 초기 운영상의 제약이 결합돼 기관들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최소 향후 12~18개월 동안은 가상자산이 금융기관의 이익 창출이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전 세계적인 화두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한국의 정책적 접근도 짚었다. 한국은 이미 일상적인 지급 결제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디지털화돼 있어, 스테이블코인이 내수용 주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기보다는 국경 간 송금이나 온체인 결제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집중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은행 등 규제당국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자본 유출입 우회로로 작용해 환율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원화의 통화 주권을 잠식하는 ‘디지털 달러화(Dollarization)’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혁신이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간주하며 발행 권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는 신탁은행이나 특정 허가 업자에게만 발행을 국한하는 일본의 은행 중심 접근법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비은행 기관의 참여를 폭넓게 열어준 홍콩·싱가포르와는 대조적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규제 선진국들은 각각 ‘GENIUS 법’과 ‘암호자산시장규정(MiCA)’을 통해 은행과 비은행 모두를 아우르되 준비금과 상환권에 엄격한 기준을 두는 포괄적 체계를 속도감 있게 완성해 나가고 있다.

무디스는 “현재 한국에서는 기존 법률이 안고 있는 감독 공백을 메우고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포괄적인 거시 정책 기조 아래 스테이블코인 등을 은행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 내에 안전하게 정착시키는 방향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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