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판 커진 로봇 전쟁…삼성·LG·현대도 '군침'

김범준 기자I 2025.01.02 19:40:26

AI 기반 휴머노이드·웨어러블·자율주행·협동로봇 중심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로봇추진단 신설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공장투입 앞둬
LG전자, 상업용 로봇…한화, 외식·레저용 로봇 집중
美 테슬라, 인간형 로봇…엔비디아, 로봇용 컴퓨터 개발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새해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로봇시장 ‘영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화두로 단연 인공지능(AI)이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휴머노이드(인간형)·웨어러블(입을 수 있는)·자율주행(AMR)·협동 로봇 등 로보틱스(Robotics·로봇공학)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2’ 모습.(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2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로보틱스 관련 사업이나 로봇 전문기업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을사년 첫날부터 새로운 중점 사업 전략 중 하나로 휴머노이드 등 미래 로봇 개발을 제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국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에 콜옵션(주식 매입 권리)을 행사하고 최대 지분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결재무제표상 대금지급일인 이달 17일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을 확보한 뒤, 이번 콜옵션 행사로 지분을 35.0%까지 늘려 2대 주주에서 최대 주주가 된다. 누적 투자액은 약 3542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AI 및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 및 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가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영상 캡처)
현대차(005380)는 1992년 미국에서 설립된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11억달러(약 1조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HMG글로벌 자회사로 편입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수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R&D)를 완료하고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경호에 투입된 이른바 ‘로봇개’ 사족보행로봇 ‘스팟’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는 최근 연구소에서 뒤로 공중제비(덤블링)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전 세계에 선보이며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기아(000270) 로보틱스랩은 지난해 자율주행로봇(AMR) ‘달이 딜리버리(DAL-eDelivery)’를 선보인데 이어,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도 공개했다. 계열사 공급 및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내년부터 유럽과 북미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LG전자 서브봇 ‘클로이’ 모습.(사진=LG전자)
LG전자(066570)는 2017년부터 코스닥 상장 로봇기업 로보티즈(108490), 로보스타(090360), 엔젤로보틱스(455900) 등에 투자를 확대해 오고 있다. 로보스타는 최대 주주, 로보티즈와 엔젤로보틱스는 각각 2대 주주로 지분 투자 중이다. 아울러 국내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며 인수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30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미래사업 중 하나로 상업용 로봇을 선정했다. ‘LG 클로이’ 브랜드를 통해 2017년 인천국제공항 안내로봇, 청소 로봇, 서빙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 상업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과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해 소중한 시간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 김슬기 소믈리에의 와인 디켄팅과 브리딩 모션을 재현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모습.(사진=한화로보틱스)
한화(000880)그룹은 2023년 한화 모멘텀 부문 협동로봇·무인이동장비(AGV) 사업을 현물 출자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합작법인(JV)으로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자율주행로봇을 앞세워 외식·레저 산업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최근 경량화 협동로봇 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로봇 기술 역량을 외식 산업 뿐 아니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사업 분야인 호텔, 리조트, 골프장, 테마파크 및 관람 시설과 부동산·건축 사업에 확대 적용하고, 나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오션(042660) 등 제조 산업 현장에서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언덕 비탈길을 스스로 걷는 모습.(사진=테슬라 옵티머스 X 계정 영상 캡처)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통해 로봇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옵티머스 2세대’는 손가락으로 달걀을 집어 끓는 물에 넣거나, 가파른 비탈길을 스스로 균형을 잡으면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으로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SNS에 “올해 회사 내부에서 유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량 시험 생산할 것”이라며 “2026년에는 다른 회사들을 위해 대량 생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AI칩 기업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중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를 출시할 예정이다.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등 AI 작업을 수행하는 엣지형 컴퓨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앞으로 5년간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에서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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