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해외에 있는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재외선거에 우편투표와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 토론에서 제기됐다. 재외동포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사전신고 제도를 폐지해 투표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외동포청은 2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재외선거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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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OECD 주요 국가 5곳에서는 모두 우편투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미국에서는 해외 거주 만 18세 이상 시민이 유권자 등록을 하면 연방선거(예비선거와 본선거)에서 우편투표를 할 수 있다”며 “일부 주에서 주선거도 허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부재자 신청 등록절차가 간소화돼 있고 선거일 45일 이전에 투표용지를 발송해준다”며 “부정투표의 가능성이 있지만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부정투표 비율이 선거 결과에 미미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우편투표로 재외국민의 하원의회 선거, 대통령 선거 등을 한다. 전자투표도 시행되는데 대통령 선거에서는 제외한다. 유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전자투표와 대리투표가 허용되기 때문에 우편투표 활용도는 낮다”고 말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재외선거에서 우편투표만 시행한다. 스웨덴은 2002년부터 우편투표가 도입됐고 재외국민 투표에 재외공관 투표, 우편투표, 대리투표를 허용한다. 우편투표는 선거일 45일 전에 시작하고 공관 투표는 24일 전부터 진행한다.
유 교수는 “5개 국가는 우편투표 등으로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며 “투표용지 전달, 회송 문제가 있지만 나름대로의 해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우편투표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거 관리 문제가 아니고 정치환경 문제”라며 “재외국민의 우편투표를 실시할 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의 선거 일정은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용지 인쇄가 늦어져 우편투표 일정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는 선거를 둘러싼 법의 문제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부정선거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며 “의지 있는 분들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우편투표는 당연히 필요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재외동포, 전자투표 도입 등 촉구
다음으로 문은영 전 건국대 시민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에스토니아 사례를 중심으로 재외선거에서의 전자투표 도입에 대해 발표했다.
문 전 교수는 “전자투표는 기술보다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며 “에스토니아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2005년부터 전국 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 참여율이 1.9%였지만 2023년 의회의원 선거에서는 51.1%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토니아는 전자투표 실시 전 비밀선거의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점에 대해 대법원의 헌법적 검토를 받았다”며 “투표를 무제한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비밀·자유선거의 원칙을 지켜갈 수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또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자투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며 “이러한 노력은 시스템, 정부, 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전자투표 방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고 밝혔다. 문 전 교수는 “전자투표 시행에 있어 기술적 부작용 문제만 강조하거나 기존 선거 관점에서 안된다고 단정 짓지는 말아야 한다”며 “전자투표는 언젠가 도입할 수밖에 없는 과제임을 깨닫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상회의를 통해 토론회에 참여한 재외동포들은 재외선거 사전신고제(선거인등록) 폐지와 전자투표 시행 등을 요구했다.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장은 “재외선거 때 인터넷으로 사전신고를 해야 하는데 노인은 인터넷 접근이 어렵다”며 “사전신고를 못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투표처럼 재외동포도 사전신고 없이 현장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외동포가 해외공관에 가서 투표하려면 며칠을 이동해야 한다. 투표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200여만명의 재외동포 투표율이 10~20%에 머문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우편투표는 선진국이 시행하는 제도이고 에스토니아는 100% 온라인 투표(전자투표)를 한다”며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있다. 전자투표 등으로 200만 재외동포의 투표 자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 살고 있는 조윤선씨는 “독일은 재외선거 때 우편투표, 온라인 투표를 한다”며 “한국도 IT 강국으로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킹 우려가 있다지만 한국은 인터넷 뱅킹을 잘 사용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번 선거(대선) 때 왕복 800㎞를 이동해 왔는데 모르고 사전선거인 등록을 안해 투표를 못한 사람이 있었다”며 “선거인 등록 제도를 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선거 때 각 정당, 후보자의 재외동포 관련 공약을 잘 알 수 있게 안내·홍보를 확대해주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이상인씨는 “21대 대선 때 부재자 신고 기간이 40일이었는데 이 기간을 놓쳐 투표를 못한 교민이 많았다”며 “부재자 신고기간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면적의 4배인 우즈베키스탄에는 재외동포 투표소가 1곳만 있다”며 “너무 멀어서 투표율이 저조했다”고 제기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강우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팀장은 “참정권 제도 개선 취지에 동의하지만 우편투표는 허위신고, 대리신고 발생 시 선거 신뢰성이 약해진다”며 “배달 문제로 사표가 발생할 수 있어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제기했다. 이어 “국가별 통신망 안정성 문제 등이 있어 전자투표의 공직선거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가별 우편제도, 인터넷 여건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재외선거가 도입된지 14년이 지났다”며 “재외동포들은 매번 수백에서 수천㎞를 이동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OECD 국가의 3분의 2 우편투표를 실시한다”며 “선관위가 우편투표, 전자투표 등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1년 이상 소요된다. 올해 안에 결론을 지어야 차기 총선부터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우편투표나 전자투표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에 리스크가 없을 수 없다.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선관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정치권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