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열성팬만 왔다" 주요국 외면한 '평화위' 출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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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1.23 14:51:19

주요 서방국 정상 대거 불참, 참석자 20명 불과
EU "활동범위·의사결정체계·유엔 정합성 의문"
푸틴 참여에 거부감…트럼프는 캐나다 초대 철회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공식 출범했지만, 유럽연합(EU)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집단 반발에 나섰다. 주요 서방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권위주의 성향 지도자들 위주로 서명식이 진행돼 국제적 대표성 논란도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활동 범위, 의사결정 체계, 유엔 헌장과의 정합성 등 평화위원회 헌장에 포함된 여러 요소에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에 국한해 활동한다면 EU 각국이 참여할 수 있다”며 제한적 협력 가능성만 언급했다.

다보스 서명식에는 약 20명만이 참석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이른바 ‘스트롱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과 중동 왕정국가 및 옛 소련권 국가 외교 대표들이 주를 이뤘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열성팬들만 참석했다”며 “박수 소리는 크지 않았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차분했다”고 전했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주요국 지도자들은 대거 불참했다. 프랑스는 평화위원회 헌장이 유엔 회원국 지위와 양립할 수 없다며 선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영국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청을 문제 삼으며 가입을 유보했다. 영국 외무장관 이베트 쿠퍼는 BBC에 “러시아의 잠재적 참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화위원회 헌장은 영구 의석 확보를 위해 10억 달러(약 1조4650억원) 납부를 요구한다. 활동 범위도 가자지구로 제한되지 않는다. 헌장은 평화위원회의 목표를 ‘분쟁으로 영향받거나 위협받는 지역의 안정 증진, 신뢰할 수 있는 합법적 통치 회복, 지속 가능한 평화 확보’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면 우리가 원하는 건 거의 다 할 수 있다”며 “유엔(UN)이 했어야 할 많은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동결 자산을 활용해 위원회 영구 의석을 확보하려는 구상에 대해 “자기 돈을 쓰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밝혔다. 자신의 임기 이후에도 위원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종신도 가능하지만 그럴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평화위원회 참여 초대를 철회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다보스 연설에서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경제 강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라”고 응수했다.

외신들은 평화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WSJ는 “직원도 거의 없고 가자를 제외하고는 국제법상 개입 권한도 없으며 유엔이 누리는 정당성도 없다”며 “트럼프 임기 이후까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대 니컬러스 웨스트콧 교수는 “이것은 글로벌 마러라고(트럼프 소유 리조트)”라며 “모두가 위대한 인물의 식탁에서 부스러기를 얻으러 그의 클럽에 오는, 트럼프가 원하는 그런 세계”라고 평가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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