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런 M&A가 어딨냐”…고팍스 전 경영진-바이낸스, 국제분쟁 돌입

김연지 기자I 2025.09.08 17:05:40

사상 초유의 M&A 불이행에 국제 분쟁으로 비화
고팍스 전 경영진-바이낸스, KCAB 국제중재 진행중
"M&A 조건 이행 안했다" vs "규제당국 승인 후 처리"
"계약만 있고 책임은 없는 비정상적 M&A"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연지 지영의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전 경영진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제 분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불과 2년 만에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인수 계약 조건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전 경영진과 바이낸스는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갔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금융상품 ‘고파이(고팍스 금융상품)’ 상환 의무 이행 여부 △전 경영진에 대한 인수 대금 지급 문제다. 이 외의 세부 사항은 비공개다.

국제 중재는 서로 다른 법적 관할권을 가진 당사자 간 분쟁을 제3의 중립적 기구가 판정하는 절차로, 각국 법원에 비해 신속하면서도 중립적인 판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자주 활용된다. 국제 중재 판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부여되며, 불이행 시 상대 측은 각국 법원에 자산 압류를 비롯한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고팍스 전 경영진이 바이낸스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제기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시계를 약 3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경영진이 설립해 화제를 모았던 고팍스는 지난 2022년 FTX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당시 고팍스는 자체 금융상품인 고파이를 통해 해외 대출 플랫폼에 고객 자산을 운용했으나, 협력사이자 고파이 운용사인 제네시스 캐피털이 파산하면서 수백억 원 규모의 고객 자산이 묶였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고팍스는 결국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고, 이때 고팍스에 손을 내민 곳은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다. 한국 진출에 목이 말라 있던 바이낸스는 고파이에 대한 미상환 채무 전액을 변제하는 조건으로 회사 지분 70% 가량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 67.4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고팍스 전 경영진 측은 바이낸스가 인수 대금 지급과 고파이 상환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낸스는 계약금 일부(매매 대금의 25%)를 고파이 채무 상환에 투입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 지연 등을 이유로 집행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인수 대금 또한 치르지 않은 상태인 만큼, 경영권은 이미 넘어갔으나 막상 이에 대한 인수 대금은 지급되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반면 바이낸스 측은 투자 합의와 규제 승인 등 사전 요건이 충족돼야 남은 상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규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조건을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자본시장에선 이번 분쟁 결과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이유로 계약조건을 이행하는 않는 것은 국내외 M&A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인수 조건 불이행을 둘러싼 국제 중재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번 판정은 향후 국내 가상자산 M&A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제중재 절차는 초기 단계로, 최종 판정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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