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서는 야당과의 소통·협치로 향하는 첫발을 뗐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가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읽어내려가며 ‘작심 비판’에 나섰음에도, 대통령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보다는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설명과 함께, 만남 자체의 의미를 부각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회담을 발판으로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협력 기반을 만든 건 확실해 보인다. 그간 윤 대통령은 정치권의 수많은 조언에도 영수회담을 거절해왔다. 그러나 4·10 총선에서 패배한 뒤,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도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전격 결정했다. 국정을 쇄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에는 대통령실이 아닌 국회 사랑재로 찾아가자며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대통령실에서는 공동합의문을 작성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불발됐다. 민생지원금, 여야정 협의체 등에선 입장차만 확인했다.
무엇보다, 차기 국무총리 인선 논의가 없었다는 건 자못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도 이를 지적한다. 야당이 제기하지 않았고, 굳이 먼저 꺼낼 내용도 아니었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여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국무총리 인선이야말로 협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사안임을 생각하면 아쉬움만 남는다.
정권 초기도 아니고 어느덧 집권 3년차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의석을 무기 삼아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을 게 분명하다. 급한 쪽은, 국정과제가 산적한 윤 대통령이다. 민주당을 국정 운영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국무총리 인선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했다. 민주당이 하지 않으면 먼저 제안을 해야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회동에서는 윤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