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 핵심 기간산업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과거 중국기업 ‘화웨이’에 적용한 것과 유사한 수출규제를 비롯해 금융제재까지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도청 혐의 등으로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화웨이에 타격을 줬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자국 제품의 수출 금지는 물론 제3국에서 이를 이용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수출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 조치로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30% 급감하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등도 대부분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가전제품 수출도 어려워지는데다 현지 공장 운영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 내 모바일,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장 내 비중이 크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물량 대비 러시아 시장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전과 모바일 판매를 무시할 수 없다”며 “현지 법인과 상의해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타격도 적잖다.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의 절반가량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24억9600만달러(약 3조원)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400만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019년 기준)은 각각 29.2%와 15%로 차 관련 품목이 전체의 44%를 차지한다.
현지 공장 가동 우려도 있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우크라이나랑 떨어져 있긴 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질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
전쟁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급등한 원자재값이 폭등할 우려도 크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한다. 대 러시아 수입액 중 에너지 연료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통상 장기계약을 하기 때문에 당장 가격 상승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러시아가 반격차원에서 수출 제한카드도 꺼내 들면 공급망 붕괴로 인해 연쇄적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악을 가정해 미국이 금융규제까지 나설 경우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8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은 곧바로 러시아 최대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SWIFT에서 퇴출당하면 이 은행과 거래하는 국내 은행들도 제재 대상이 돼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도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실제 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경제 제재를 어느 수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러시아 달러 결제 자체를 막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가 들어간다면 수출입 모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