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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걸으면 또 '아찔'…학교가는 길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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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기자I 2026.05.05 16:06:15

어린이 시선에서 본 등굣길은 여전히 '위험'
이면도로 많은 탓에 곡예처럼 걸어야
스쿨존 교통사고 3년새 약 2배 증가
선거철 현수막도 어린이 보행안전 위협
"스쿨존 반경 확대 및 기술적 보완 필요"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모험을 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해요. 작년에는 차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어요.”

4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동생 장해라(9) 양과 평소 오가는 등굣길을 걷던 장대한(11) 군이 말했다. 대한이의 집에서 학교 정문까지는 약 700m로 도보로 10분 거리다.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대한이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불분명한 탓에 주행 중인 차량을 알아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 양 옆은 주차 공간으로 사용돼 실제 폭은 8m가 채 안 됐다. 이면도로에서는 차량이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할 수 없지만 단속 카메라가 없는 이곳에서는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는 차량들이 많았다.

학교 근처 스쿨존에서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걷던 대한이와 해라는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는 노란색 승합차를 발견하자 곧장 한 줄로 바꿔 걸었다. 대한이는 몸을 움찔하며 곧바로 해라를 도로 왼쪽에 바짝 붙어 걷게했다. 등 뒤에서 전기자전거가 다가오자 아이들은 잠시 우왕좌왕했다. 마치 외나무 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레 걷고 나서야 아이들은 안전펜스가 설치된 보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린이의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3년새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도심 곳곳에 방치된 각종 현수막도 아이들의 시야를 가리는 위험요소가 됐다. 전문가들은 스쿨존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안내 설비를 설치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 인식도 더욱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장대한 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등굣길 스쿨존의 모습. (영상= 강민혁 수습기자)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9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2023년 486건, 2024년 526건)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부상자 역시 1013명으로 500명대였던 지난 2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사고 유형은 ‘안전 운전 불이행’이 4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232건 △신호위반 148건 중앙선침범 14건 △기타 121건 순이었다. 스쿨존 내 음주 운전 사고도 2025년 10건(사상자 16명)이 발생해 2023년(7건·10명), 2024년(2건·3명)보다 증가했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근처 공영주차장. 지난 2022년 스쿨존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곳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있다. 도로교통법상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무조건 차량을 일시 정지해야한다. 그러나 20분간 이곳을 지난 12대의 차량 중 9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평일 등하굣길에 차량 주·정차로 몸살을 앓는다고 했다. 도로교통법상 스쿨존 내 주·정차는 전면 금지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모(44) 씨는 “일부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정문 가까이 내려주려고 주·정차를 하는 경우가 잦다”며 “비상등을 켜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정차된 차 사이에서 아이들이 튀어나오는 아찔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심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수막도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은 가로등 1개당 현수막을 2개 이상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근처에선 현수막 아랫부분이 2.5m 이상 높이에 오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장대한(11·왼쪽) 군과 장해라(9) 양이 학교로 향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라 몸을 한쪽으로 바짝 붙이고 걸어야한다.(사진=강민혁 수습기자)
그러나 이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현수막은 성인 보행자의 상반신을 전부 가릴 정도로 낮게 걸리기 일쑤고, 신호등을 가리는 것도 예사다. 지난달 25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중앙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A(11) 군이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스쿨존을 확대하거나 경고음·음성 안내 등이 가능한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운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환기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학교 중심 반경 500m를 스쿨존으로 지정해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다”며 “스쿨존 반경 확대를 고려하고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항상 인식할 수 있게끔 경고음이나 음성 안내가 가능한 설비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어린이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운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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