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항목된 美바이오 대관... 104억 쏟은 삼성, 오너家 나선 셀트리온

김승권 기자I 2026.02.20 08:31:03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미국 워싱턴 D.C.를 향하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와 관세 장벽이 현실화되면서 '대관(Government Affairs)' 능력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법인장이 앤디 킴 미국 연방 상원의원과 가진 단독 회동은 국내 바이오의 로비 전략이 단순한 자금 집행을 넘어 유력 정치인과의 맨투맨 네트워크 구축 단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이데일리는 미국 의회 로비 공개 내역(LDA)과 최근 현지 동향을 종합해 국내 바이오 대표 주자들의 달라진 대미 생존 전략을 분석했다.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본부장 겸 미국법인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앤디 킴 미국 상원의원(오른쪽에서 세번째), 케빈 브레넌 블루버드 스트래티지스(오른쪽에서 네번째) 등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케빈 브레넌 블루버드 스트래티지스 사장 링크드인 갈무리)




'쿠팡 사태'로 입증된 로비 파워... 바이오 사업선 더 중요



지난해(2025년) 미국 하원 의원들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자국 기업인 쿠팡을 방어한 사건은 한국 기업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는 쿠팡이 워싱턴 정가에 공들인 로비가 실제 규제 방어막으로 작동했음을 증명한 사례로 여겨진다.

미국 의회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341만달러(약 48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 유통 기업도 이 정도인데 정부 정책 하나에 조 단위 매출이 오가는 규제 산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대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이 바이오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주요 기업의 대미 로비 지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슈를 포함해 약 741만달러(약 104억원)를, SK그룹은 약 577만달러(약 81억원)를 지출하며 워싱턴 정가에 큰 손으로 자리 잡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미국 로비스트들이 한국 정부가 대단하다고 했다"고 언급하며 미국 로비스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내포했다.

바이오 기업들의 로비 전략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068270)과 SK바이오팜(326030)은 각각 '현지화'와 '직판'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워싱턴을 공략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전문 로비업체 고용과 고위급 인사의 직접 접촉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의회 기록에 따르면 셀트리온 미국법인(Celltrion USA)은 이미 2024년 말 현지 유력 로비 업체인 블루버드 스트래티지스(BlueBird Strategies)를 공식 로비스트로 등록하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로비 활동 비용 리스트 (자료=미국 의회 로비 보고서, 팜이데일리 재구성)




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이 미국 대관 활동에 힘주는 이유



특히 주목할 점은 오너가의 직접적인 움직임이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의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법인장은 지난해 9월 앤디 킴 상원의원과 회동을 가졌다. 앤디 킴 의원은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자 보건·의료 정책을 다루는 핵심 상임위 소속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동에는 로비스트인 케빈 브레넌 블루버드 대표도 동석했으며 미국 내 의약품 생산 강화와 규제 완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국 내 필수 의약품 생산 기조에 맞춰 셀트리온이 추진 중인 현지 공장 인수가 미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관세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의 로비 활동 배경에는 미국 사업의 높은 비중이 있다. 셀트리온은 2025년 역대 최대 매출인 3조5573억원을 달성했다. 북미에서만 연매출 1조원을 넘겼다. 셀트리온은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 짐펜트라를 비롯한 신규 제품들의 매출을 더욱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을 개소하며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 시설은 미국 향 자사 제품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되며 글로벌 제약사 대상의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단계적 증설을 통해 현재 6만6000ℓ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을 2028년까지 9만9000ℓ, 2030년까지 추가로 3만3000ℓ 증설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시설 조성 과정에서도 로비 활동이 필수다. 정부 차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 지원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가 투자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현지 직판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 차원의 거대한 대관 네트워크를 활용함과 동시에, 현지 법인 차원에서도 독자적인 정책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직판 체제에서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재와 약가 방어가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 의회의 약가 인하 압박이나 입법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별도의 개별 로비보다 삼성전자가 구축한 그룹 차원의 대관망을 활용하는 효율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CDMO 사업 특성상 개별 제품의 약가 이슈보다 생물보안법 등 거시적인 통상 환경이 더 중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그룹의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대관에 정통한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적인 법안과 규제로 실행되는 시기"라며 "이제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로비스트는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라 사업의 명운을 쥐고 있는 핵심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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