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호주, 집값 잡기 위해 투자자 세제 혜택 손질 나선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성주원 기자I 2026.05.10 15:27:49

투자자 세제 혜택 축소…실수요자 보호 방점
전쟁 여파로 자재값 최대 40%↑·공급 목표 차질
대규모 지출 삭감·금리 3연속 인상 속 재정 압박
韓 유사…''세제·공급 동시 개혁'' 호주 사례 주목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호주가 치솟는 집값과 세제 불균형을 동시에 겨냥한 주택 개혁에 나선다. 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산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주 퍼스의 해안가 부촌 코테슬로 전경. (사진=AFP)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캔버라에서 진행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은 호주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가장 심각한 불안 요소”라며 “주택과 세제 현황이 불공정하고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제 손질…투자자 혜택 줄이고 실수요자 기회 넓힌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그간 논란이 돼온 두 가지 세제 혜택 손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머스 장관은 부동산 투자 손실을 여타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게 해주는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를 축소하고, 양도소득세의 50% 일괄 할인 혜택을 폐지해 인플레이션 조정 실질 이익에만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두 제도는 오랫동안 부동산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청년층과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을 시장에서 밀어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차머스 장관도 “공급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집이 턱없이 부족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주택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거티브 기어링은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는 순기능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셸 컬 웨스턴시드니대 부교수는 “단기에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면 임대료가 더 오를 위험이 있으므로 점진적 단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는 이와 별도로 전국 주택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도로·상하수도·전력 인프라 구축 명목으로 향후 4년간 20억 호주달러(약 2조124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약 6만5000가구 건설을 뒷받침하는 규모다.

호주 주요 도시의 기존 단독주택 평균 가격 추이. (단위: 백만호주달러, 자료: 호주통계청·블룸버그)
이란 전쟁 직격탄…건설비용 최대 40% 급등

문제는 이란 전쟁이 기존의 공급 부족 위기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보도에서 유가 급등으로 콘크리트·철강·PVC 등 주요 건설 자재 가격이 최대 4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디젤 의존도가 높아 유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주택산업협회(HIA) 빅토리아주 회장인 글렌 미첼은 “이란 분쟁 발발 이후 30만 호주달러 규모의 주택 건설 프로젝트 기준 비용이 5000~7000호주달러 더 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마진이 극도로 빠듯한 소규모 건설사들이 줄도산으로 내몰릴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5년 1년 동안 호주에서 약 3500개의 건설업체가 파산했다. 2020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시티리서치는 주거개발업체 스톡랜드와 미르백그룹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2027년 이후 영업마진 압박을 경고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6.5%의 비용 상승을 예상했다.

호주 정부는 오는 2029년 7월까지 5년간 120만 가구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지난해 연간 목표 대비 약 6만5000가구가 미달했다.

인플레이션·재정 동시 압박 속 ‘바늘구멍’ 예산

차머스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은 주택만이 아니다. 이란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호주 중앙은행(RBA)은 올 들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RBA는 올 중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머스 장관은 이번 예산안에 640억 호주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을 담겠다고 예고했다.

재정 적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2026~2027회계연도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250억 호주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반기 공식 전망치인 340억 호주달러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정 속 역대 최대 규모의 평시 국방비 지출 확대까지 예고된 상태다.

커먼웰스은행(CBA)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크 이먼은 “주요 개혁·대규모 지출 삭감·국가 회복력·가계 지원을 한 예산안에서 모두 이루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요구”라며 “호주 정부가 ‘바늘구멍을 꿰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세제 개편의 속도와 범위, 전쟁 변수다. 이란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건설비 부담은 커지고 금리 인상 여지도 남는다. 차머스 장관 스스로도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후폭풍은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12일 예산안 발표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다주택자·임대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조정과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호주의 접근법은 수도권 집값 급등과 세제 불균형, 공급 부족이라는 유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정책 당국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 (사진=짐 차머스 홈페이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