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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며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 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년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 한 교수와 송경용 신부의 글을 공유하며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고 했다.
청소년 쉼터를 만든 송 신부는 ‘조진웅 배우 돌아오라!’는 글을 올리고 자신이 마주했던 아이들은 “각종의 크고 작은 범죄로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것은 매일의 일상”이었다며 소년원에 가는 이들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쉼터 교사들, 상담원들은 파출소,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려야 했고, 때로는 먼 교도소, 소년원에 면회도 다녀야 했다. 대부분 가족이 없거나 이미 파탄이 난 상태였으니 이런 아이들 대부분 그 폭풍 같은 시절을 지나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신부는 “그 시절을 들춰내 오늘의 시점에서 판단하면 그 아이들(이제는 다 어른)은 크게 숨을 쉬어도 안 되고 살아있어도 안 된다. 상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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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의원은 “집단 성폭행할 때 망만 봤다는 뜻인가. 은퇴하면 다 묻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밝혀라. 조진웅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 가명 때문에 당시 극악했던 범죄자가 조진웅인지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이것이 감쌀 일인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디스패치의 보도를 ‘생매장’이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반대한다”며 “디스패치는 조진웅의 과거 잘못을 물어 다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디스패치가 이 사실을 밝히면 모두가 조진웅에게 돌을 던지고 은퇴를 요구·강제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디스패치의 보도를 ‘생매장’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가정은 국민을 우매하고 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진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이 성숙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보를 사실대로 보도하는 행위를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사법 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은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빠져 있다”며 “‘가해자여 돌아오라’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가해자를 향한 당신들의 절절한 가슴이 ‘피해자’를 향해서는 얼마큼 열려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모 배우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모 배우의 구체적 사건을 통해 ‘소년범의 범죄전력’을 성인이 된 이후 공개하는 것이 소년법 취지에 맞는가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면서도 “모 배우 사건에 대한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회적 장치가 견고하지 못하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뿐 아니라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해자가 권력을 가진 자일 경우 피해자가 겪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가해자에게 돌아오라고 외치기 전에 ‘피해자를 위한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를 먼저 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게 피해자를 대하는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