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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어려움으로 ASF 백신 파이프라인 보유 기업 많지 않아
1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ASF 개발업체로 명단에 오른 곳은 △코미팜(041960) △플럼라인생명과학 △케어사이드 △중앙백신(072020)연구소 △바이오앱 등이 있다. 사실상 무주공산인 4조원 규모의 글로벌 ASF시장(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을 두고도 개발업체가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적은 이유는 기술 난도가 높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ASF란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을 말한다. 일단 발병하게 되면 전파성이 매우 높다. 감염된 돼지들은 대부분 폐사할 정도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높아 최대 1000일까지도 잔존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개발된 제품이 있다. 하지만 신뢰도가 낮아 제대로 된 백신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많다.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는 ASF의 특징에 있다. 일반적인 바이러스가 10~12개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면 ASF 바이러스는 150개 이상의 단백질을 포함한다. 바이러스 종류(24가지 유전형)도 다양하다.
ASF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2018∼2019년 중국에서 창궐했던 ASF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중국에서 사육하던 돼지의 절반이 ASF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한 손실은 1000억달러(14조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중국의 ASF백신시장만 따져도 연간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경기와 강원 등지에 국한됐던 ASF 발병은 점점 남하해 최근 충남 당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백신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정도의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당시 350만두의 소와 돼지를 매몰해 3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있었다. ASF 백신은 기업의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개발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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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팜, 필리핀서 야외임상시험 진행 중...“현지 당국 판매 요청”
국내 ASF 백신 개발업체 중 가장 빠른 개발 단계에 있는 곳으로 코미팜이 꼽힌다. 코미팜은 미국 농무부(USDA)에서 분양받은 ΔI177L/ΔLVR주를 백신후보주로 선정해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함께 13차례에 걸친 임상을 진행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실시하기 어려운 야외임상시험도 필리핀에서 진행하고 있다. 백신접종군 50두, 대조군 50두로 구성된 필리핀에서의 코미팜 ASF 백신 임상시험 중간 결과에 따르면 백신접종 2주 차에 ASF 방어항체 97%, 3주 차부터 대상 돼지 전 개체가 100% ASF 방어항체를 형성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빠른 항체 형성 속도로 ASF 백신의 방어 효과와 지속력을 동시에 입증한 결과다.
백신 안전성 실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모돈(임신돈)에 대한 백신접종 결과에서도 단 한 마리의 사산 없이 모두 정상 분만했다. 분만된 자돈도 모두 건강을 잘 유지해 한국에서 진행한 모돈 실험 결과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적 안전성과 면역 효과 측면 모두에서 진일보한 성과로 여겨진다.
문성철 코미팜 대표는 “국내외 임상에서 코미팜 ASF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필리핀 임상이 완료되면 상업화를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최대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규제 등으로 어려워지면 내년 필리핀에서 생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현지 당국이 먼저 나서 판매해달라고 요청해 허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ASF 백신 개발과 관련된 시험은 모두 생물안전3등급(BSL3) 시설에서 실시해야 한다. 국내 BSL3 시설은 대부분 쥐와 같은 소형 동물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돼지와 같은 대형 동물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 코미팜이 ASF 백신의 생산에 들어갈 경우 이들 시설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기존 사례가 없고 생독백신의 위험성 문제도 있어 관련 당국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코미팜의 ASF 백신 개발 성공은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조금 더 나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출용만이라도 생산을 허가해준다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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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라인생명과학, 비감염성백신으로 차별화...‘중국 진출 목표’
동물의약품업체 플럼라인생명과학의 ASF 백신도 백신업계가 눈여겨 보고 있다. 플럼라인은 ‘플라스미드 DNA(pDNA)’ 기반 ASF 백신 개발을 세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 pDNA ASF 백신은 기존 생백신과 다르게 비감염성백신이라 안전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이미 실험농장 챌린지를 통해 긍정적인 시험 결과도 확인했다.
김경태 플럼라인생명과학 대표는 “ASF 백신은 비감염성이어야 하고 효과적으로 중화항체와 세포성면역을 발현해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가 보유한 차세대 바이오 기술인 DNA 백신은 비감염성으로 중화항체와 세포성면역을 강력하게 발현할 수 있는 기술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최초의 반려견 노화 치료제 ‘리뉴독’의 개발과 출시 일정으로 ASF 백신 개발 일정이 일부 늦춰졌지만, 제품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며 “국내보다는 세계 최대 ASF 백신 시장인 중국 진출을 목표로 현지 업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케어사이드와 중앙백신연구소, 바이오앱 등이 ASF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는 “베트남 기업 나벳코가 ASF 백신의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부작용 문제 등으로 사실상 수출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살처분 정책 등으로 ASF 백신 수요가 적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