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를 초청해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강연의 핵심은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 기반 신경신호 측정 플랫폼인 ‘iMEA’다. 이 기술은 살아있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신경과학 분야의 오랜 과제로 꼽혀 온 ‘정밀도와 규모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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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술이 소수 뉴런의 정밀 측정과 대규모 신경망 관측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했다면, 함 교수 연구팀은 세포와 전극이 결합하는 구조와 전기적 상호작용을 최적화한 회로를 설계해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도전했다. 이를 통해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인 활동전위(action potential·AP)뿐 아니라 기존 전극 어레이로는 측정이 어려웠던 시냅스후전위(post-synaptic potential·PSP)까지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iMEA를 활용해 반도체 칩 위에서 배양된 수천 개 뉴런의 활동을 분석하고 수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함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고, 인간 뇌의 연결 구조를 모사하는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iMEA 시스템은 하나의 칩에 약 4000개의 전극을 집적하고 있다. 배양한 쥐 뉴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평균 3600개(약 90%) 전극에서 동시에 세포 내부 신호를 측정했고, 최대 3900개(97%)까지 신호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약 7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 지도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시냅스 연결망의 규모와 개별 뉴런 정보의 정밀도 측면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크게 확장한 성과다.
또한 연구팀은 PSP 진폭의 양자화 패턴을 확인해 측정된 신호가 실제 시냅스 활동을 반영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함 교수는 이번 연구가 뇌과학을 넘어 차세대 컴퓨팅 기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시스템은 대규모 연산을 위해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 이동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W)의 에너지로 학습과 추론,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고효율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함 교수는 “현재의 컴퓨터는 기억장치와 연산장치가 분리돼 있지만, 뇌는 기억과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며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신경과학을 넘어 미래 컴퓨팅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과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현재 산업계에서 논의되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직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구현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미래 컴퓨팅 기술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와 연산의 통합, 초저전력 정보처리,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 등 뇌의 특성이 향후 반도체 설계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뇌는 메모리와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 현재의 폰노이만 아키텍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시냅스 연결 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뉴로모픽 칩 설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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