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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으로 수천개 뉴런 전기신호 측정…미래 컴퓨팅 기술혁신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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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6.06.01 08:54:38

함돈희 하버드대 교수, 최종현학술원 강연
반도체 기반 신경 신호 측정 플랫폼 개발
뉴로모틱 컴퓨팅 규현의 새로운 가능성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반도체 칩을 이용해 수천 개 뉴런 내부의 전기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기·화학 신호를 통해 서로 연결돼 기억, 감정, 사고, 운동 등을 담당하는 뉴런이 집약돼 있는 뇌의 정보 처리 원리를 규명하는 신경과학 연구는 물론 차세대 뉴로모픽 컴퓨텅 기술 개발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석좌교수를 초청해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강연의 핵심은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 기반 신경신호 측정 플랫폼인 ‘iMEA’다. 이 기술은 살아있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신경과학 분야의 오랜 과제로 꼽혀 온 ‘정밀도와 규모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두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SK 제공)
함 교수는 강연에서 신경과학 분야가 오랫동안 직면해 온 핵심 과제로 정밀성과 규모의 딜레마를 꼽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함 교수 연구팀이 10여 년간 개발해 온 반도체 기반 신경신호 측정 플랫폼인 iMEA를 소개했다.

기존 기술이 소수 뉴런의 정밀 측정과 대규모 신경망 관측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했다면, 함 교수 연구팀은 세포와 전극이 결합하는 구조와 전기적 상호작용을 최적화한 회로를 설계해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도전했다. 이를 통해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인 활동전위(action potential·AP)뿐 아니라 기존 전극 어레이로는 측정이 어려웠던 시냅스후전위(post-synaptic potential·PSP)까지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iMEA를 활용해 반도체 칩 위에서 배양된 수천 개 뉴런의 활동을 분석하고 수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함 교수는 이러한 접근이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고, 인간 뇌의 연결 구조를 모사하는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iMEA 시스템은 하나의 칩에 약 4000개의 전극을 집적하고 있다. 배양한 쥐 뉴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평균 3600개(약 90%) 전극에서 동시에 세포 내부 신호를 측정했고, 최대 3900개(97%)까지 신호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약 7만 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 지도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시냅스 연결망의 규모와 개별 뉴런 정보의 정밀도 측면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크게 확장한 성과다.

또한 연구팀은 PSP 진폭의 양자화 패턴을 확인해 측정된 신호가 실제 시냅스 활동을 반영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함 교수는 이번 연구가 뇌과학을 넘어 차세대 컴퓨팅 기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시스템은 대규모 연산을 위해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 이동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뇌는 약 20와트(W)의 에너지로 학습과 추론,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고효율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함 교수는 “현재의 컴퓨터는 기억장치와 연산장치가 분리돼 있지만, 뇌는 기억과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며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신경과학을 넘어 미래 컴퓨팅 패러다임을 설계하는 과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현재 산업계에서 논의되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직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구현한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미래 컴퓨팅 기술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와 연산의 통합, 초저전력 정보처리,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 등 뇌의 특성이 향후 반도체 설계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뇌는 메모리와 연산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로, 현재의 폰노이만 아키텍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시냅스 연결 지도를 더욱 정밀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뉴로모픽 칩 설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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