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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에 울고 웃고)갈등과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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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 기자I 2010.03.02 15:40:00
[이데일리 문기환 칼럼니스트] 요즘 시청자들의 TV 프로그램 선택권이 실로 막강해졌다. 공영이냐 민영이냐를 놓고 말들이 많은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및 공중파 등 채널 수가 예전에 비해 무척 많아진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DMB로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소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여파로 생겨난 신조어가 이른바 미드, 일드, 영드, 중드 이다. 이미 국내에 많은 고정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드라마, 일본드라마, 영국드라마, 중국드라마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안방에서 다른 나라 드라마들을 얼마든지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바야흐로 드라마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드라마와 외국 드라마를 비교해보면 유독 다른 점이 있다. 특히 가정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그렇다. 서울에 장기 체류 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왜 그렇게 가족끼리 큰 소리를 내며 싸우느냐 는 것이다. 자기들은 그 정도 논쟁 거리가 있다면, 대체로 쿨(?)하게 대처하는 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네들 가족 드라마는 우리보다는 대체로 조용한 듯이 보인다.

평일 날 다른 식구들이 직장, 학교로 간 이후에 주부들이 보는 아침 드라마에서부터, 저녁 식사 시간 때에 방영 하는 일일 드라마, 통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족끼리 모여 함께 식사하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영하는 주말 드라마의 경우도 부부, 형제, 부모와 자식으로 연기하는 출연진들이 거의 매회 언성을 높인다. 불륜, 배신, 폭력 등 극한 상황이 아닌 경우인데도 말이다.

훈훈한 가족간의 얘기를 표방한다고 사전 홍보된 TV 드라마의 경우에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보다가 그만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TV를 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갑자기 부모 자식간에 혹은 이웃 사촌 사이에 그리 큰일도 아닌 문제를 가지고 고성이 오가는 심한 논쟁을 하기 때문이다.

왜, 어떤 이유로 유독 우리나라 드라마 소재는 이리 싸움 장면이 많을까. 도대체 쌍방간의 갈등 해결의 방법이 냉철하고 조용한 대화가 아니라 감정 섞인 거친 말과 격렬한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 일까. 설마 우리 한민족의 핏속에 음주, 가무뿐만 아니라 다툼을 좋아하는 DNA가 흐르고 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한글날’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요즘, 연일 예외 없이 언론의 주요 뉴스에 이름이 거론 되는 성군 대왕이 있다. 안타깝게도 극심한 정치판의 논쟁 대상으로 말이다. 이렇듯 세종시 문제를 놓고 여야간, 또 여권 내부에서 조차 갈등이 날로 심해져 가고 있다. 한쪽에서 한마디 하면 다른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말꼬리를 물고 물어지는 등 화합이나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최근 TV에서 어느 유럽 국가 의회의 대정부 질의 장면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우리 국회와 비교해서 보라는 뜻으로 말이다. 한 야당 의원이 기세 등등하게 총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자, 총리가 당황하지 않고 이를 유머를 섞어 능숙히 받아 넘기는 게 아닌가. 당연히 야당 의원 석으로부터 격렬한 야유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여야 상관 없이 의사당 전체가 폭소로 넘치는 것이 아닌가. 따질 것은 따지되, 웃을 때는 웃는다는 그네들 정치판의 여유와 넉넉함이 내심 부러웠다.

이렇듯 나라마다, 민족마다 갈등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겠지만, 갈등을 만드는 요인은 같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만난 갈등 관리 전문가는 그 원인을 소통의 부재 혹은 소통 방법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건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툼의 경우를 예로 든다. 접촉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각자의 보험회사에 일임하면 될 일을 가지고 운전자가 다투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고성이 오가는 이유를 보면, 접촉 사고의 원인과 책임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 보다는 운전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사용하는 거친 표현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즉, 점잖고 예의 있는 표현 대신 욕이나 반말을 쓰는 등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언사가 화해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갈등의 원인 중 대부분이 바로 소통 방법이 잘 못 되었기 때문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가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갈등 해소를 위한 중요 정책 홍보를 해도 별 효과가 없다면, 이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진심이 담겨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야 말로 갈등 해결과 화합으로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문기환 새턴PR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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