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서울 구로구의 고척 스카이돔, 무대에 선 키움 측 응원단장은 환호를 유도하기는 커녕 관중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비말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자 소리를 내는 응원 방식을 동작 위주로 변경한 것이다.
지난 두 달여간 관중 없이 진행됐던 프로야구가 마침내 경기장에서 팬들을 만났다. 방역 당국이 지난 24일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을 일부 허용했기 때문이다. 관중석의 문은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여러 제한 사항이 만들어지면서 이처럼 경기장 안팎에선 그동안 야구장에서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풍경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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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 근처엔 키움과 롯데 유니폼을 차려 입은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허용된 ‘직관(직접 관람)’을 하러 온 야구팬들이 경기장에 하나 둘씩 모여든 것이다. 그동안 야구장 직관을 애타게 기다려 온 팬들은 경기장 입장이 허용된 두 시간 전부터 입장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해당 경기 입장권은 전날 온라인 예매로 이미 동났다. 구단 측은 이날 구장 전체 좌석 1만6731석 중 약 10%인 1647석을 판매했는데,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 지 40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이 때문에 현장 매표소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입장권 판매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경기장을 찾았다가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팬들은 관중석에 들어서기까지 지난해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열 감지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QR코드를 발급받아 전자출입명부 단말기에 인식한 뒤에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평소와 같이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른 소지품 검사도 이뤄졌다.
연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은서(20)씨와 양경준(19)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직관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전날 PC방에서 만나서 어렵게 예매했다”면서 “경기장 입장부터 철저하게 예방 수칙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나란히 앉지 못하고 서로 간격을 두고 야구를 봐야 하는 건 조금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이날 관중석엔 가족, 친구 사이로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직관을 위해 부산에서 온 최태림(31)씨는 “이것저것 지킬 게 많아도 야구장에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게 설렌다”고 밝혔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도 경기 시작 전 몸을 풀면서 관중석에 가볍게 인사를 하는 등 올해 처음 듣는 팬들의 응원에 답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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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경기 입장객 수를 경기장 총 수용인원의 10% 이내로 제한하면서 경기장 곳곳엔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앞서 KBO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전 좌석 지정 좌석 △좌석 간 좌우·앞뒤 최소 한 자리 이상 거리 두기 △‘지그재그’ 착석 등 기준을 지키도록 했다. 이날 고척 구장도 모든 관중이 두 칸 이상 간격을 두고 앉도록 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방역 수칙을 어긴 관중을 찾아다니며 수칙을 지켜달라고 요청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나란히 붙어 앉은 가족 또는 연인에게 “예매 좌석에 앉아 거리를 지켜 달라”고 지적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에겐 “마스크를 다시 착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관중 대다수는 머쓱해하며 서둘러 좌석을 옮기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야구장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치맥(치킨과 맥주)’도 경기장 내부에선 먹을 수 없었다. 물과 간단한 음료를 제외한 음식은 경기장 밖 복도에 마련된 지정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이모(54)씨는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게 이해되지만, 경기장 안에서 먹나 복도에서 먹나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구단 측은 감염 가능성을 줄이고자 야구장 응원도 입으로 내는 환호가 아닌 몸으로 하는 동작으로 대체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응원단장이 관중에게 응원 구호·노래를 따라 부르지 말아 달라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무대 위에 선 치어리더들도 마스크를 쓴 채 응원을 도왔다. 그러나 경기 상황에 따라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편 야구장 등 프로스포츠 경기장의 관중 출입 가능 여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른다. 이날 고척구장을 비롯해 서울 잠실구장, 수원구장엔 관중 입장이 가능했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광주·대전에선 야구장 관중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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