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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국선변호인 요청 기각한 法…대법원 "방어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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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현 기자I 2026.06.03 11:03:19

응급실서 난동 및 의료진 폭행으로 기소
1심 징역형 집행유예 → 2심 벌금형
대법원 "국선변호인 선정했어야"…파기환송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기초생활수급자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진행한 것은 피고인 방어권 침해라고 대법원이 재차 판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작년 7월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다리 상처를 진료받으면서 의료진에게 “나한테 반말했냐”라고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응급실 벽을 치고, 이를 제지하는 의료진의 팔꿈치를 잡아당겨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음주운전과 폭력 전과가 있는 점을 감안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줄곧 벌금형으로 선처만 받아왔으나, 준법 시민으로 거듭나기는커녕 응급실에서 갖가지로 행패를 부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국법 질서를 능멸하지 못하도록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임을 소명하고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재판을 진행했다.

2심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무겁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재차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은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공판 심리에 참여하도록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에 의하면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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