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와 폴스미스에 이은 영국 3대 명품 브랜드 ‘테드베이커’의 현 상황은 위같이 표현이 가능하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2022년 미국의 한 대기업에 인수된 테드베이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테드베이커 대주주가 영국 내 오프라인 지점을 모두 닫고 북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자본시장에선 테드베이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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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드베이커는 영국 내 온·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정리 중이다. 현재 런던 내 일부 매장만이 재고떨이 차원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88년 설립된 테드베이커는 퀄리티와 디테일을 중시하는 영국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로, 영국 왕세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즐겨입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남성 및 여성 의류, 액세서리, 향수,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했고, 지난 1997년에는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됐다.
그러다가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몸살을 겪은 테드베이커는 2022년 인수·합병(M&A) 시장에 주요 매물로 등장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 다양한 원매자가 피 튀기는 인수전을 치렀고, 결국 미국의 ‘어센틱브랜드그룹’이 테드베이커를 2억 2000만파운드(약 3841억원)에 인수하며 막을 내렸다. 어센틱은 포에버21과 리복, 쥬시꾸뛰르 등을 보유한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업계에선 ‘손만 댔다’하면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내는 어센틱이 브랜드를 인수한 만큼, 테드베이커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센틱이 테드베이커의 영국 및 유럽 사업권을 아웃소싱(외부조달)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영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 파트너로 선정된 네덜란드 기반의 AARC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고, 어센틱이 일부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1년 만에 주저앉았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부활 조짐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지자 어센틱은 올해 초 성명을 통해 “AARC가 어센틱에 대한 재무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기에 파트너 계약을 파기한다”며 “어센틱은 테드베이커 운영을 위해 독립 이사회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테드베이커의 영국 내 온·오프라인 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해온데다 현지 협력 파트너 또한 잃은 만큼, 어센틱이 매각을 비롯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염두에 둔 어센틱은 실제 올해 초부터 테드베이커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원매자와의 밸류에이션 이견 차이 등으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현재 어센틱은 테드베이커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회사 측은 최근 북미에서 테드베이커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며 디자인·생산·도매를 담당할 새로운 라이선싱 회사 몇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라이선싱 회사들은 마이클코어스와 캘빈클라인, 빈스, 샤킬오닐 등의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테드베이커의 영국 사업 재편으로 인한 단기적 타격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호재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못한 매장을 폐쇄시킴으로써 수익성 높은 곳에 집중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전략이다”라며 “다른 국가에서의 재도약을 위해 (어센틱이) 새로운 라이선싱 파트너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재기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