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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 전동화 경쟁 뒤처질라…'하이브리드'부터 단계 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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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묵 기자I 2025.10.17 06:12:01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현대로템 DS사업본부 이승룡 미래추진시스템개발팀장

[현대로템 DS사업본부 이승룡 미래추진시스템개발팀장·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전기차가 빠른 시간 안에 보급된 것은 글로벌 탄소저감 정책과 함께 연료비 절감, 유지보수 비용 감소 등 사용자에게 경제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동일 거리 기준 내연기관차 대비 약 50%, 수소차 및 하이브리드차는 약 3분의 2 수준의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차, 장갑차 등 기동무기체계에서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작전 기동성, 항속 거리, 저소음 운용, 탐지 회피 등의 작전 성능이 핵심 고려 요소다. 전기 구동방식은 초기부터 고(高) 토크 운용이 가능하므로 가속 및 기동 성능이 우수하며, 저소음과 저발열 특성은 탐지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승무원 생존성 향상에도 유리하다.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미래 임무 장비 탑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동화 전환은 필수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 (사진=현대로템)
한 발 앞서가는 미국 무기체계 전동화

미 육군은 1990년대부터 기동무기체계에 하이브리드 개념을 적용한 전동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10여년 간은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완전 전동화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은 초기에는 디젤 기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실험실 수준의 기술 검증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소형 전술차량 개조와 소형 로봇전투차량(RCV), 중형급 전투차량 플랫폼 기술 개발로 확장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지난 2017년 미 육군 전시회 ‘AUSA’에서 수소연료전지 기반 주행 플랫폼 시제 차량인 ‘SURUS’를 공개하며, 수소연료전지를 기동무기체계에 적용하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후에도 군용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2022~2023년 ‘AUSA’에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DLS)사가 병렬형 하이브리드 기반 차세대 전차와 직렬형 하이브리드 기반 차세대 차륜형 장갑차의 기술 시제를 선보이며, 전동화 기동무기체계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중형급 차륜형 장갑차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전동화 플랫폼을 적용하는 기술 개발이 본격화했으며, 대용량 수소연료전지 기반 동력원 개발도 실험실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소형 무인차량 분야에서는 배터리 기반 다목적 전동화 플랫폼이 시범 운용 중이며, 전차용 병렬형 하이브리드 파워팩 기술도 2029년 개발을 목표로 착수했다.

기동무기체계 전동화, ‘하이브리드’ 중기적 대안 고려

‘무소음 기동’이 가능한 미국의 차세대 전차 ‘에이브럼스 X’ (사진=제너럴 다이내믹스)
기동무기체계에 전동화 플랫폼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성숙도, 체계 적합성, 운용 인프라 구축, 지원 체계, 비용 효율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 차량은 비교적 온화한 운용 환경과 경량 구조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고중량에 좀 더 가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군용 체계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일반 차량에 적용된 각 기술의 구조적 특징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동무기체계의 운용 개념과 특수성을 반영해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는 높은 기술 성숙도를 기반으로 양산되고 있으나, 전기차는 배터리 안전성, 충전 시간, 제한된 주행거리 등의 이슈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수소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시장 규모가 한정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장 침투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존 주유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일부 소비자는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은 방산 전동화 방향성을 수립하는 데도 고려될 수 있으며, 기술 확보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는 군 작전 환경에 부합하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지속 가능한 운용·유지 체계 확보가 중요하다. 중대형 체계에서 요구되는 기동 성능과 작전주행거리를 충족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와 운용 체계는 민·군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관련 요소 기술들과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및 안전성 향상, 수소연료전지의 출력 밀도 및 저장 효율 개선은 필수 과제다.

완전 전동화를 장기 목표로 설정한다면, 단기 또는 중기적인 대안으로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존 연료 공급 체계를 활용하면서 부분적인 전동화 기술을 적용하여 완전 전동화로의 확장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내 추가 인프라 구축이 불필요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완전 전동화 적용이 가능할 만큼 기술 성숙도가 올라올 때까지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의 역할이 필요하다.

방산에 적용 가능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일반 자동차에 적용된 기술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군 기동 차량들은 일반 차량에 비해 무거워 고출력, 고토크가 요구되며 이미 구축된 유류 공급 체계를 활용하려면 디젤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를 적용해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기밀성 유지를 위해 모터만으로 기동하는 전기 모드의 가동시간을 확보하면서, 제한된 공간 내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패키징할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효율적 추진이 가능하나, 고위험·장기 투자 영역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재정 지원이 필수다. 민·군 협력 기반의 연구개발 체계와 전력화 연계 기술 검증체계를 통해 기술과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해 나간다면, 미래 기동무기체계의 성능 향상은 물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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