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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의 선비이야기]더불어 사는 지혜의 바탕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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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호 기자I 2021.11.05 10:50:06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前 기획예산처 장관]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나야 할 사람들과의 대면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 심지어 연로한 부모님도 자주 뵙지 못하게 되다보니 형제간 상면은 더더욱 뜸해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답답한 사람들은 허용된 범위 내에서 주로 핵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서고 있고, 그 여파로 국내 유명 관광지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북적거린다고 한다.

여기서 보듯 사람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줄(종적)과 씨줄(횡적)로 짜인 인간관계를 일평생 쉴 새 없이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조부모-부모-나-자녀-손자녀 등 직계존비속으로 이어지는 종적인 인간관계는 평생 몇 명밖에 마주할 수 없다. 그마저도 핵가족 문화가 일상이어서 부모의 자녀 사랑은 넘쳐나지만 정작 자녀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사람은 부모 밑에서만 살지 않는다. 언젠가는 성인이 되고 나중에는 노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때까지 부모가 애지중지 받쳐줄 수 있을까?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횡적인 인간관계는 살아갈수록 무한대로 넓어진다. 이 횡적 관계가 좋아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횡적 관계의 첫 출발점이 바로 형제간이다. 형제간에 우애가 좋으면 자연스럽게 사촌과 육촌, 나아가 일가친척까지의 사이도 좋아진다. 이렇게 확충되다 보면 피가 섞이지 않은 친구와 지인, 상사와 부하 그리고 고객에게까지도 차츰 진심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호의를 베풀게 될 터이니 세월이 흐를수록 도와주는 사람이 자연스레 늘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아이들은 본시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기 마련인데, 형제간의 우애도 이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형제간의 우애를 배우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솔선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부터 솔선해야 할까? 먼저, 돈과 재산 다툼이 없어야 한다. 돈과 재산은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과 함께 영원히 지닐 수 없는 몸 밖의 재화일 뿐이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 때문에 하늘이 정해준, 영원히 뗄 수 없는 몸 안의 천륜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더구나 내 자녀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 배우는 데에 있어서랴!

형제간 우애를 틀어지게 하는 더 빈번한 행위는 말다툼이다. 말다툼은 왜 생겨날까? 말로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남에게는 말을 조심하다가도 집안에서는 충고한답시고 동생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사이가 어떻게 되겠는가? 특히 장성한 처자식이 있는 동생에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는 잘 아물지도 않는다.

이와 관련 퇴계 선생은 한 제자가 “형제간에 잘못이 있으면 서로 말하여 줄 수 있는 것입니까?”하고 질문하니 이렇게 답하였다. “우선 나의 성의를 다하여 상대를 감동하도록 한 다음이라야 비로소 서로간의 의리를 해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만일 서로간에 성의로 부합함이 없이 대뜸 정면으로 말로 나무란다면 서로 사이가 벌어지지 않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형제간에 기쁘고 즐거운 모습을 보인다’하였으니, 진실로 이 때문이다”

실제 퇴계 선생은 형제간 우애를 몸소 실천하였다. 노년에 세 살 위의 형님이 집에 찾아오면 학문과 명성의 차이를 뛰어넘어 엄부(嚴父) 모시듯 문 밖에 나가 맞아들였다. 그러면서 공경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표정에 넘쳐흘러 바라보는 사람들이 본받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일었을 정도이었다.

형제애가 넘치면 자신이 노년까지 행복하게 살게 되고, 자녀 또한 그대로 배워 우애 있게 살아갈 것이다. 늘그막에 이 이상의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며 대면접촉이 확대되고 있다. 형제간의 우애를 그동안 못한 몫까지 몇 배로 나누어보자. 화평한 세상은 결국 가정의 화평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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