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일대 식당가는 오전 11시임에도 대부분 가게의 불이 꺼져 있었다. 통상 연말 번화가에 사람이 몰리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일부 문을 연 식당에도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들만 있었다. 이곳의 한 묵은지 음식점에서 반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25)씨는 “계엄 사태 후 유동인구가 줄었다”며 “이전보다 매일 50만원~100만원씩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다. 텅 빈 식당을 보던 이씨는 “직원을 줄인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다”면서도 “매출 집계 전이라 상황이 어떻게 될지 다들 지켜보고 있다. 나라가 너무 흉흉해서 큰일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면서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계엄의 충격이 한동안 남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인근 식당가는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를 겪고 있었다. 샤부샤부 전문점의 관리자 김모(25)씨는 “어제도 예약이 5~6건 취소됐다”며 “원래 이렇게 취소된 적이 없는데 계엄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의 삼겹살 전문점에서 만난 관리인은 “장사가 안 되니까 사장도 안 나온다”며 ‘취소’란 단어가 여러 개 적힌 예약장부를 펼쳐 보였다. 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4건이던 단체 예약은 4일과 5일 절반으로 줄었다. 일주일이 지난 11일에는 예약 13건 중 5건이 취소됐다.
|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총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4%는 3일부터 응답시점까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소상공인 3명 중 1명(36%)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2000만원 넘게 매출이 감소한 이들도 5.4%(88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협치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경제기관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게 평가한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 투자나 대외 신뢰도마저 줄고 있다”며 “당장은 대출 이자 감면이나 복지를 늘릴 예산을 투입해 서민이 살아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산업 동력을 위한 청사진과 정책적 토대를 닦아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