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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탈피 대기업 이사회…과도한 경영 간섭 성장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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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I 2026.06.02 05:00:04

'사외이사 의장' 전환 속도
삼성·LG·SK, 지배구조 개선 속속
KT 이사회 "임원인사 사전 승인"
비판 목소리에 규정 수정하기도
"기업, 현장형 전문가 대거 중용
이사회, 경영 파트너로 안착시켜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과거 대기업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던 이사회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 기구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가 현장 실무를 모른 채 이론만 앞세울 경우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현장형 전문가를 중용해 이사회를 선진화된 ‘경영 파트너’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올해부터 주요 상장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체제로 전면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8년간 지주사 ㈜LG의 이사회 의장직을 직접 맡아왔으나, 올해 3월 이사회를 통해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LG CNS, HS애드 등 11개 상장사가 모두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을 마쳤다.

기업들이 사외이사에게 의장직 자리를 넘기는 것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해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선진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은 이미 이 같은 구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이사회가 대주주와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2020년부터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도입했다. 박재완·김한조 전 의장에 이어, 지난해 사외이사로 합류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는 세 번째 사례다.

SK는 2019년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맡기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SK㈜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앞장서 이사회 의장직을 개방하고 있지만, 국내 재계 전반의 이사회 독립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549곳의 2025년도 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은 13.6%에 불과했다. 반면 선진국은 독립적인 이사회 체제가 보편화돼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미국 S&P500 편입 기업 가운데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을 둔 기업 비중은 지난해 42%에 달했다.

그러나 단순히 이사회 의장을 외부에 개방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경영임원을 임면하거나 조직개편을 추진할 때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가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사전 승인’을 ‘사후 보고’ 체계로 전환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이는 지배구조 선진화 과정에서 불거진 과도기적 진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사회가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도 경영진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면, 기업들이 현장형 전문가를 대거 중용해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생산적인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이사회가 단순히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과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기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 파트너로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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