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800조원 규모 투자 내용을 담은 서남권의 새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공개된 이후 인프라 확충 우려에 대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 일관된 답이다.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전 전력이면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6.3기가와트(GW)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일부 댐 수계 조정 등으로 하루 100만t의 산업용수를 추가 확보하면, 하루 65만t의 물 공급도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세간의 우려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 물 관리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어떻게 100만t 이상의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당일에는 내놓지 못했다.
하루 뒤에야 세부 대책을 발표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동복댐 증고(25만t)와 나주댐 농업용수 전환(10만t)이 중심인 총 106만t에 이르는 용수 공급 세부계획이 모두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동복댐의 경우 상류 수몰 등에 대한 주민 협의가 필요하고 나주댐은 농업인 반발 소지가 있다.
‘용수는 충분하다’는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짜낸 수량표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후위기 물 부족을 이유로 댐 확충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부가 기존 수리권 조정과 댐 운영 개선만으로 대규모 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책 신뢰를 흔드는 대목이다.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산업이 서둘러 국내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건 반길 일이다. 이미 전력·용수 공급이 포화 상태인 수도권을 벗어나 제2의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타당하다.
하지만 이 정도 거점을 구성하려면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충은 기본이다. ‘충분하다’는 장밋빛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과 이에 대한 검증이 필수다. 전력·용수는 물론 숙련 인력의 정주 여건까지 고려한 세부 인프라 구축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려와 논란만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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