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가지마다 새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 같은 조팝꽃이 바람에 날려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조팝은 그 꽃이 조밥을 튀긴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 공처럼 생긴 ‘공조팝’과 동물 꼬리처럼 길고 분홍색을 띄는 ‘꼬리조팝’처럼 여러 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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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와 함께 봄에 빠질 수 없는 노란빛 꽃으로 유채가 있다. 도로변이나 주택에 많이 심는 철쭉은 개량종이나 수입종이 주를 이룬다. 한국의 토종 산철쭉은 진달래처럼 키가 1~2m까지 자라며, 잎과 꽃이 같이 나온다. 지금부터 5월 내내 연보라빛 꽃을 피운다.
길가나 들판으로 나가보자. 돌 틈에 자리잡은 제비꽃, 고고해 보이는 붓꽃, 조선시대 여인들의 주머니를 닮은 금낭화, 무덤가를 생각나게 하던 할미꽃, 고깔모자를 닮은 매발톱처럼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야생화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야생화는 요즘 조경용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봄 저녁, 아까시꽃 향기에 취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까시나무는 흔하고 친숙한 나무다. 5~6월 흰 꽃을 피운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열대지방에 있는 나무. 아까시나무가 바른 명칭이다.
수수꽃다리(라일락)는 은은한 향으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토종 수수꽃다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수꽃다리보다 키가 작고 꽃이 작다. 외국에서 들어온 수수꽃다리에 밀려 사라지다시피하다가, 최근 ‘미스김라일락’이란 이름으로 역수입 됐다.
1940년대 미군 식물채집가에 의해 종자가 외국으로 알려졌다. 이 식물채집가는 자신의 비서였던 ‘미스 김’의 호칭을 붙여 미스김라일락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보라색에서 흰색으로 피어나는 꽃 색깔도 아름답지만, 외국 아까시나무보다 향이 월등하게 짙고 오래간다. 서양에서 조경수로 인기 높다.
수수꽃다리가 질 때쯤 마당 구석에서 모란이 화려한 꽃을 피운다. 언뜻 보기에 작약과 닮았지만,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이다. 새로 나온 가지 끝에 크고 소담한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자주색이 보통이나, 개량종에는 짙은 빨강·분홍·노랑·흰색·보라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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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사이에 꽃이 피는 산딸나무는 생장속도가 느리고 환경오염에도 강해 관상수로 적당하다. 흔히 하늘을 향해 뻗은 흰색 리본 모양을 산딸나무 꽃으로 알지만, 실은 꽃받침. 그 속에 딸기처럼 생긴 빨간 꽃이 있다.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이 포개지는 6월이면, 인동과 관목 불두화에 가지가 꺽일 듯 꽃이 탐스럽게 달린다. 처음엔 연초록색이지만 흰색으로 피어난다. 청계천이 도심 속 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알려지게 된 이팝나무는 꽃이 흰 쌀밥(이밥) 같아 보인다는 뜻.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음력 4월, 양력 5월 5~6일경)쯤에 꽃이 핀다고 하여 ‘입하목’이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봄이면 많은 나무와 풀이 꽃을 피운다. 이스라지, 박태기나무, 가막살나무, 흰말채나무, 판배나무, 등나무, 산사나무, 꽃사과나무, 모과나무, 으름덩쿨, 튤립나무, 말발도리, 개쉬땅나무, 쥐똥나무, 나리, 앵초, 수선화, 꿩의바람꽃, 갯버들…. 모두가 봄을 가꾸는 훌륭한 일꾼이자 나의 동반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