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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치료 가능한 소년원 1곳뿐…골든타임 놓쳐 비행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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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6.05.11 05:41:02

[정신질환 소년범 치료공백]② 가족도 학교도 외면한 비행청소년
치료 수요 급증세…마지막 보루 7호시설도 ''열악''
현장엔 전문인력 부족…형식적 대응 그쳐
퇴소 후 연계도 사실상 단절…재범 고리 ''우려''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법정에 선 A군은 끝내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소년원 최장 송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소년원에서 나오면 또다시 가출팸(가출패밀리)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소년이 처음부터 옳고 그름을 몰랐던 건 아니다. 술에 의존하던 아버지는 A군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늘 위축된 채 지냈다. 학교에서 겉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이 더 심해졌고, 그렇게 쌓인 트라우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졌다. 친구를 심하게 때리고 품행장애 진단을 받을 즈음에는 잘못을 되돌아볼 여유도 사라졌다. 집에 갈 때마다 밀려오는 불안을 잠재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A군의 충동을 문제삼지 않는 건 가출팸뿐이었다. 그 유일한 지지망 속에 머무를수록 어린 소년범은 절도와 갈취에도 점차 무감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치료 인프라 부족에 번번이 비켜가는 골든타임

A군 사례를 비단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년범 의료 체계의 공백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전국 10개 소년원 가운데 전문 치료가 가능한 ‘7호 시설’(소년의료보호시설)은 대전소년원이 유일하며, 수용정원은 90명이다.

문제는 이곳의 정원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원생 중 정신질환 보유 인원(대전소년원 제외)은 2022년 말 193명(33%)에서 2025년 말 435명(50%)까지 치솟았다.

대전으로 가지 못한 치료 대상 소년범들은 전문 의료진이 없는 일반 소년원이나 소년보호시설(6호 처분)로 보내진다. 치료 대상자와 일반 소년범이 격리 없이 생활하면서 범죄 수법을 공유하는 ‘악풍 감염’이나 편견·낙인 같은 부작용이 나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치료 적기를 놓친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를 인격 형성과 정서 발달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기에 적절한 의학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ADHD나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행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동선 W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공격적인 행동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비행 이전에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등 복합적인 트라우마에 노출된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치료 의지가 낮고 보호자의 협조도 부족해 자발적 치료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그나마 낫다는 대전소년원조차 내부 여건은 열악하다. 지난해 이곳의 정신과 의사 3명은 모두 파트타임 인력이다. 장기적인 관찰 대신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만 억제하는 약물 처방 위주의 임시방편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소년원 입소 경험이 있는 백승한(가명·24) 씨는 “상담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약물치료에 그쳐 수감된 느낌이었다”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던 친구가 오래 지내다가 유리창을 깨 자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료= 법무부·김선민 의원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전문인력 부족에 방치…관리 사각지대 흩어지는 소년범들

전문 인력 부족은 일반 소년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 있는 10여곳의 일반 소년원에는 특수욕구아동 417명(치료군 107명, 관심군 310명)이 입소했다. 올해 4월 기준 정신건강 전문 자격을 갖춘 공무원은 30명에 그쳐 직원 1명이 입소자 약 14명을 담당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설에서는 약물 처방이 유일한 관리수단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김시은(가명·19) 씨는 “약을 먹는다고 해야 의무과장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다 보니 관심을 끌려고 증상을 꾸며내 약을 타내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설을 나선 뒤에는 당사자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나마 이어지던 약물 치료마저 중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무부는 소년원 출원생을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된 인원은 고작 15명뿐이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계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법무부와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는 정확한 운영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들은 여러 시설을 전전하며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놓인다. 실제로 인제의대 상계병원 정신의학과 김봉석 연구팀의 2017년 연구자료에 따르면 두 가지 이상 정신질환을 함께 앓는 소년범의 재범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소년보다 최대 1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연정 청소년행복재단 팀장은 “쉼터에서도 처분시설 출신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연속보호하지 못하고 놓치면서 문제가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기사에 등장하는 A군 사례는 전문가 자문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특정 청소년이 기사로 인해 식별되거나 낙인찍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A군의 사례는 소수에 국한된 극단적 경우가 아니며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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