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 “2021년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나눔단체 초청 행사에 할머니를 초대했다. 어려웠던 어린 날을 회상하며 ‘나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다’고 행사 내내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할머니는 가진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셨다”면서 “박춘자 할머니의 영면을 빌며,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박 할머니가 지난 11일 세상을 떠나며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살고 있던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열 살 무렵 학교를 중퇴한 박 할머니는 2008년 “돈이 없어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3억 원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도 11명의 지적 장애인을 집으로 데려와 20여 년간 친자식처럼 돌보며 수녀원에 장애인 그룹 홈 건립 기금 3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청와대 기부·나눔 단체 행사에 초청받아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펑펑 운 사연이 공개돼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회담장에서 김 여사 옆자리에 앉은 박 할머니는 발언 차례가 오자 “저는 가난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다”며 “돈이 없어 배가 고팠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며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박 할머니는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면서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방금 (김정숙 여사가)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발인을 마치고 경기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