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승희는 판소리가 지금 시대에도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은 판소리의 연극적, 음악적 요소를 활용한 창작 작업이 많다”며 “판소리를 자주 본다면 더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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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인-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2018년 이승희가 발표한 창작판소리 ‘동초제 춘향가-몽중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춘향 옆에서 꼬리표처럼 늘 따라다니지만 이름도, 부모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향단에 대한 관심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주제는 ‘노동’이다. 춘향의 몸종인 향단이 조선시대의 노동자라는 생각에서 정한 주제다. 이승희는 “향단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노동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며 이를 위해 향단을 신분사회인 조선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일종의 계급사회인 지금의 한국으로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작품은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신명으로 가득하다. 꿈을 통해 2020년 한국에 온 춘향이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는 사건들은 이번 작품의 눈대목(판소리의 중요한 대목)이다. 복잡한 스타벅스 음료 주문 과정, 맥도날드 광고 음악이 어우러진 판소리 사설은 “얼씨구” “좋다” 같은 추임새가 절로 나올 정도로 흥을 돋운다.
향단이 퇴근길 지하철을 탄 사람들을 바라보는 대목에서는 평범한 사회인의 애환이 느껴져 뭉클하다. 이승희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을 것 같은 향단에게 그런 시간을 주고 싶었다”며 “관객도 향단과 함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함께 고민하고 위로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희는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판소리를 만드는 젊은 소리꾼 중 하나다. 2017년부터 동료 소리꾼 김소진, 신승태와 고수 김홍석, 이향하와 함께 창작판소리 집단 ‘입과손스튜디오’를 결성해 안데르센 동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을 창작판소리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온라인으로만 관객과 만났던 이승희는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판소리는 관객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향단이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대단한 일임을 관객도 함께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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